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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은 봄이라고들 하지만, 나에게 첫 계절은 가을이었다. 무더운 열대야와 지루한 장마를 버티고 나면 선물처럼 가을이 찾아온다.
나에게 여름은 왜 버텨야 하는 계절이 되었을까.
여름은 많은 것에게 생명력을 주는 만큼 동시에 많은 것을부패시킨다. 하수구에선 썩은 물의 악취가 진동하고 쉬어버린 음식 냄새가 팽창한다. 음식들 주위로는 온갖 벌레들이들끓고 세균이 증식한다. 숫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습도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고 얼마 걷지 않아도 가슴이 죄어온다. 찝찔한 땀이 배어나 색이 진해진 옷은 여름의 난동을 증명한다. 여름을 나는 일이 나에게는 많은 인내가 요구되었다.
10, 첫문장-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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