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낯선 그림들, 그렇지만 이끌림이 있어서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작품의 원작이 보고 싶어지는 그런 그림들이 한가득이다. 이 책에는. 이 말 이외에 또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로 작품 설명을 해 주는 미술에세이인데 누구나 다 알 것 같은 작가의 유명한 작품들보다는 시대의 사조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미술관 관람을 하면 느끼게 되는 건데, 그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들, 루브르에가면 누구나 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루브르 미술관의 1호 그림이면서 유럽 최초의 초상화 작품이라는 장 드 봉의 초상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는것처럼 한정된 시간에 미술관 관람을 하게 되면 기준에 따라 꼭 봐야하는 작품들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도슨트의 필요성은 이럴 때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책에 대한 이야기없이 너무 멀리 도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이 책에서 소개해주고 있는 작품들 자체가 유명 화가의 유명한 작품들이라기보다는 눈여겨보면 좋을,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 정말 좋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작품을 놓치고 있지않은가,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를 곁들이며 좋은 그림들을 소개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그림들이 좋았고 이미 알고있는 화가와 작품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어도 좋았는데 저자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처음보는 듯한 그림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았다. 많은 도판이 담겨있지만 아주 생소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아서 그런지 책은 술술 읽힌다. 그 많은 작품들 중에 딱 하나의 작품만 언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나는 호세 데 리베라의 '수염을 기른 여인'(막달레나 벤투라)를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가 비주얼충격,이라고 표현할만큼 생소하고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저자의 설명을 읽고 다시 그림을 봐도 익숙해질 수 있는 그림은 아니다. 다모증으로 얼굴에 수염이 가득한 남성 비주얼의 엄마가 선 자세로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모습은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보다 더 마음에 남는 것은 화가가 새겨놓은 '자연이 만든 경이로움'이라는 문구다. 당시 왜소증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초상화를 수집하는 유행으로 구매자가 있어서 호세 데 리베라가 이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데 그저 그렇게 독특한 외양만을 그리려 했다면 '수염을 기른 여인'은 지금 우리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달 바르셀로나 몬주익산을 오르는 길에 호안 미로 미술관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다음번에는 꼭 호안 미로의 작품을 보러 올꺼야,라는 결의를 다졌었는데 호안 미로뿐 아니라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티센보르네미사, 레이나 소피아에도 꼭 가봐야겠다.물론 뜻밖에도 티센보르네미사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도 만나볼 수 있으니 참말로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