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시가 없다면, 외로움을 느낄까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순간적으로 내 감수성으로는 안그럴꺼야 라는 답이 나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시'라는 건 잘 몰라도 쓸쓸함의 감성에 대해 처량한 느낌이 아니라 그 쓸쓸함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시를 즐기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졌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삶에 시가 없다면 정말 외로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장석주님이 골라놓은 77편의 시를 담고 있으며 그 시에 대한 장석주 시인의 시적 감성이 담겨있으며 담아놓은 시들의 시적 감성을 통해 시인- 장석주 시인의 삶뿐 아니라 그 시를 쓴 당사자 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 책이다.
시는 모두 5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나눔의 목차조차 한편의 시처럼 읽을 수 있다. 한 권을 통틀어 유기적인 연결이 되는 제목들이지만 사실 각각의 시를 읽을 때는 지금 나 자신의 감성이 들어가는 것이기에 책 읽듯이 읽어나가기도 하지만 간혹 한편의 시에 마음이 멈춰 오래도록 가만히 시를 읽고 또 읽기도 한다.
이 책에서 내 마음이 처음 멈췄던 것은 하이즈의 '바다를 마주하고 따듯한 봄날에 꽃이피네'라는 시였다.
'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 당신이 이 티끌세상에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나는 그저 따듯한 꽃 피는 봄날 바다를 마주하길 바랍니다'(시 일부문장)
이 시를 읽고 장석주시인은 세상을 떠돌다 바닷가 마을에 정착해 살고 싶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따뜻한 봄날 오렌지꽃 피는 바다에서 당신을 만나기를 꿈꾸겠다고 했다.
바닷가 마을의 현실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겠지만 작고 소박한 꿈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며 '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다는 바램을 다짐처럼 혼자 중얼거려보는 것이다.
왠지 지금 현재의 내가 모든것을 다 갖추지는 않았어도, 오늘 엄청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해도 이 티끌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내 삶의 행복을 다 이룬 것이라 믿을 수 있고 그저 따듯한 꽃 피는 봄날 바다를 마주할 수 있으리라는, 그것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것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아버리고 있다.
객관적인 현실의 모습이 나는 행복과 거리가 멀어보일지라도 지금의 나는 꽃피는 따뜻한 봄날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온 세상의 평화로움이 내게 스며들어오는 느낌이 들어 그 평온함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모든 날, 모든 순간에 저마다의 시가 있어야 한다"는 문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