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근미래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2050년, 정부는 일명 블랙박스 프로젝트를 시행하는데, 고독사가 늘어가고 의문사에 대해 명확한 규명을 하기 위해 정부는 사람들의 뇌에 블랙박스 칩을 이식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법률안을 통과시켜 모든 사람들의 사후 뇌에 삽입된 블랙박스를 통해 죽음의 원인을 확인하게 된다.
영화제작사 피디로 일하다 사표를 던져버린 은하는 직접 작가가 되어 글을 써 성공하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지지부진하게 지내며 줄어드는 통장잔고만 확인하고 있다. 사귀던 남자친구 윤현태와도 헤어지고 유일한 친구 고은을 만나 서로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4개월이 넘도록 은하는 글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을뿐이다.
별난경찰로 불리는 큰별은 강력계 형사였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분처럼 훌륭한 형사가 되고 싶어 경찰이 되었는데 블랙박스 프로젝트 시행 후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해명할 수 없는 미제사건은 점차 사라져가고 그저 더 블랙에서 제공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찰업무를 하고 있을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블랙박스를 확인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은 윗선에서 해결이 되었다며 블랙박스 영상이 없어도 별다른 의견이 없는 자연사로 종결시키는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일말의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사건이라고 할만한 특이점도 없기에 보고서작성으로 사망사건을 종결하는데 또 다른 사망사건에서도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큰별은 뭔가 수상함을 감지하는데...
술술 읽히는 이야기에 구성이 너무 간단하게 이어지고 있어서 뭔가 짱짱한 느낌이 아니었는데 책을 다 읽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다시 되새겨보기 시작하면서 나름 복선도 있고 잘 짜여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사건의 해결은 해피엔딩이라는 공식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희생으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고 이번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블랙박스 프로젝트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라는 느낌이 이 소설에 담겨있는 내용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의 의식과 죽음마저 통제하게 되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인간의 삶은 어떻게 될까,에서부터 삶의 성찰과 삶에 대한 물음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