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마주하고 따듯한 봄날에 꽃이 피네
하이즈
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말에게 먹이를 주거나 장작을 패거나 세상을 돌아다니겠습니다
내일부터는 양식과 채소에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집, 따듯한 봄날 꽃이 핍니다
내일부터는 모든 친척들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그들에게 나의 행복을 알리고
그 행복의 번뜩임이 내게 알려준 것들을
모든 이에게 알리겠습니다
모든 강줄기 모든 산봉우리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낯선 이들의 축복도 빌겠습니다
당신의 앞날이 찬란하길 바라고
당신에게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부부가 되길 빌겠습니다
당신이 이 티끌세상에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나는 그저 따듯한 꽃 피는 봄날 바다를 마주하길 바랍니다
세상을 떠돌다가 바닷가 마을에 정착해 살고 싶었다. 바닷가 마을에 집 한 채를 구해 홀로 외동딸을 기르며 밤에는 동화를 들려주고 싶었다. 우체국이 하나있고, 작은 도서관과 아침마다 새로운 빵을 구워내는빵집이 있다면 작은 슬픔은 참을 수 있었으리라. 봄날이면 붉은 동백이 탐스럽게 꽃을 피우고, 나는 외동딸의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걸어도 좋았으리라. 나는 혼자중얼거리리, "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라고.
편지를 쓴 지 참 오래되었다. 각박하게 사느라 누군가의 안부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 나는 늘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손바닥만 한 텃밭조차 잘 건사하지 못했다. 실패와 시행착오가 잦았다. 꿈은 아득하고, 가난은 쓰라렸다. 늦었을지모르지만 친척들에게 편지를 써서 그럭저럭 잘 살고있다고 알리겠다. 강줄기와 산봉우리들에 이름을 지어주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 티끌세상에서 무사하기를 빌겠다. 당신과 따뜻한 봄날 오렌지꽃 피는 바다에서 만나기를 꿈꾸겠다.-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