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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조이스 박
  • 15,120원 (10%840)
  • 2024-04-25
  • : 6,160

동화 여주 잔혹사,라는 부제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동화이야기에 담겨져있는 메타포를 헤집어놓고 분석하고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같은 내용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면서 일부러 천천히 읽은 책이다. 

사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이야기에서 도널드 바셀미의 포스트모더니즘 시각으로 썼다는 소설의 내용은 - 백설공주가 낮에는 가사노동에, 밤에는 일곱난장이들의 성노예로 착취당하며 살아가고 이웃에 살던 왕자는 누군가 백설공주를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다 자신이 그녀를 구할 왕자인 것을 끝내 알지 못하고 계모의 독에 죽임을 당하는데 왕자의 죽음을 모르는 백설공주는 영원히 왕자를 기다린다는 - 비정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번쯤은 들어봤던 이야기였기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지만 그것에 확장되어 유리관에 놓여진 백설공주의 시신에 담겨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던 것이었기에 솔직히 말해 뭔가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느낌에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에서 용이 나타나 공주를 납치해가고 왕자가 나타나 용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해낸다,고 하지만 용이 악의 분신이 아니라 공주의 분신이라고 생각한다면 사실상 주체적인 공주가 용의 모습으로 자신을 구속하는 탑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옛이야기에 담겨있는 은유적인 표현을 알게 되면 알수록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내가 어른이 되어 들었던 놀라운 은유는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다리밑에서 줏어온 아이'라는 말이었다. 선배가 의미심장하게 옛어르신들의 지혜로움은 그런 말에서 느껴진다고 말을 할때만 해도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다리밑에서 줏어온 자식이라는 놀림을 받는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를 떠올리면 지금도 좀 웃음이 나오기는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 신기하고 재미있어 이 책을 읽는 것도 재미있을수밖에 없었다. 


책의 마지막 장에 실을 잣고 이야기를 짓는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글을 읽다보니 오래전에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속 댈러웨이 부인이 뜨개질을 하는데 그 뜨개 바늘이 자신을 지키는 무기 역할을 한다고 했던 교수님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그 말의 의미가 더 깊이있게 느껴지고 있다. 

뜨개질을 하고 옷감을 자아서 무엇이든 뜨고 싶은 것을 뜨듯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라,는 것은 우리가 왕자의 구원만을 기다리는 깊은 숲속의 공주가 아니라 용감한 용이 되어 자유롭게 세상으로 날아오르거나 자신의 이름을 찾아 돌아오는 치히로가 되거나 또 다른 무엇이든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거나 등등의 '나는 나'를 당당히 외치면 된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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