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읽었다.
아래의 문장 때문에 충동 구매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자'를 외치면서도, 내가 '여자'인 걸 싫어하고, '여자'를 잃지 못하면서, 동시에 '여자'가 되는 길을 다 망치고 싶습니다. _이반지하 (68쪽)
여성 저자들이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어, 편지를 쓰거나 읽을 때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단정해지는 것처럼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런 기분이었다.
이 책에서 이반지하는 주디스 버틀러(형님)에게 편지를 썼고,
추석에 나는 ebs 주디스 버틀러 강의를 들으며 유튜브로 이반지하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읽고 싶은 책들과 하고 싶은 일들이 늘었다.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과 실비아 플라스의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고 싶고
문보영 작가처럼 전화 영어 수업을 신청하고 싶고, 김혼비 작가처럼 축구하고 싶다.
김혼비 작가는 이 책의 마지막을 아래와 같이 썼다.
그러니 여러분, 축구든, 풋살이든, 배구든, 농구든, 핸드볼이든 그 무엇이든! 이제 응원석에서 내려와서, 운동장 귀퉁이에서 걸어 나와서, 운동장의 한가운데를 단호하게 밟는 순간 펼쳐지는 넓은 세계를 꼭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분명 즐거울 거예요. 그 세계에서 우리 또 만나요! (247쪽)
이 글을 보면서 얼마 전의 일이 떠올랐다.
OX퀘스천카드 보드게임을 하던 중, '다시 태어나면 남자 vs 여자' 퀘스천 카드가 나왔고
나와 여학생 한 명이 '다시 태어나면 남자'로 왕 역할을 맡은 학생을 설득해야 했다.
평소 생각해 보지 않아서인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아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 여학생이 발언권을 가져가서 말했다. '나는 축구를 아주 잘하고 싶거든.' 이라고 했다.
이유가 그것이어서, 여자에게 축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절감했다.
내년에는,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 축구처럼 팀플레이 운동을 해 보고 싶다.
언니들이 있어서 세상은 달라질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며 다른 세상을 꿈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