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숫타니파타> 번역이 일본어 중역이고 일반인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다운 문체에 치중했다면, 이 책은 보다 학술적이다. 책 서두의 해제와 상세한 주석들은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번역서들과의 비교, 다른 번역서들의 오역에 대한 지적은 역자가 얼마나 이 책에 공을 들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숫타니파타>는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으로, 대단히 중요한 경전이다. 그만큼 붓다의 原音을 들을 수 있는 것이며, 초기 불교의 형태를 짐작케 해 준다. 경전 자체는 그리 길지 않지만, 많은 분량의 주석으로 인해 책의 부피가 커졌다. 사실 주석의 글씨가 작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내용이 담겨있는 셈이다. 팔리 숫타니파타의 번호와 원문도 주석에 싣는 큰 수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워낙 많은 분량 때문인지, 곳곳에 오탈자가 보이고, 맞춤법이 잘 안 맞는 부분도 있다. 대단한 노력이 든 책인데, 역자 혼자서 완벽하게 교정을 보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전문 적인 교정을 받지 못한 점이 아쉽다. 숫타니파타에는 <무소의 뿔> 경이나 <자애의 경>처럼 문학적으로도 대단히 아름다운 글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문학적인 아름다움은 법정 스님의 책을 따르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