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잘 살고, 못 사는 것의 차이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실천하는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상식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온전히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실천해야 할 것을 무의식으로 밀어버리거나, 바쁜 일상 때문에, 혹은 게으른 본능 때문에 실천하지 못 하거나 않는 경우.
참 재미있는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동'을 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1년 최고의 책', "2012년에 읽은 가장 감동적인 책"으로 극찬되는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은 상기를 통한 '감동'을 독자에게 선사함으로써 베스트셀러라는 큰 수혜를 입은 책이라고 판단된다(개인적으로).
"모든 삶이 정각에 출발하는 건 아니야
모든 삶이 정각에 도착하는 것도 아니지"
-p. 9
'코넬대학교 인류 유산 프로젝트Cornell Legacy Project'라는 연구의 결과로 탄생하게 된 이 책은, 5년에 걸쳐 70세 이상의 각계각층 어르신 1000명 이상에게 질문과 인터뷰 등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얼마나 거대한 세월인가! 앞 표지에도 나오는 것처럼 "8만년의 삶(70세 이상 x 1000여명)"은 우리를 압도한다. 몇 백년도 아닌, 몇 천년도 아닌, 몇 만년이라니... 따라서 이 책은 처음 시작부터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시작했다. 현인이라고 생각되는, 나이 많으신 어르신 단 한 분이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되짚어보며, 조언과 충고를 해주는 것만으로 경청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분들 1000여명이 동시에 하는 조언과 충고의 평균치를 써내려갔다고 하니, 어떻게 듣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결국 새로운 것은 없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자격조건을 다 갖춰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이 책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머리 위를 떠 다녔다. 그 까닭은 이 책이 하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고, 우리를 자극할만한 원동력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근래에 나는 세계 환경이나 경제 성장의 한계, 사회의 구조적 모순, 현 교육의 불가능성 등을 다룬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그 책들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알려주어 내 생활 패턴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무의식 저편으로 밀어버렸던 생각들을 상기시켜주는 것에 머무르고 있다. 즉 이 책은 인식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한 책이다. 그런데 그 많은 70세 이상의 각계각층의 어르신들이 자신이 그렇게 살지 못함을 후회하며 했던 조언과 충고를 과연 내가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그 어르신들 중에는 후회없는 삶을 살고, 그래서 자신처럼 살라고 조언과 충고를 하기도 하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 결혼 <아름다운 동행>
"'끌림'보다는 '공유'"
"평생의 친구를 찾아라"
"상대의 신발을 신어보라"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는 영어 숙어인, 'put yourself in somebody's shoes'을 직역한 표현으로 보임.)
"뭐 어때, 고작 싸웠을 뿐인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화난 채 잠자리에 들지 마라"
- 직업 <행복하게 맞는 아침>
"즐거움이 최고의 보상이다"
"고통 없는 달콤함은 없다"
"싫어하는 일에서도 배운다"
"거울이 아니라 창밖을 보라"
"소매를 걷어붙이는 건 내 손이다"
"일출을 보려면 어두울 때 일어나라"
- 자녀양육 <등을 보고 자라는 아이>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자리"
"깨물면 유독 아픈 손가락, 드러내지는 마라"
"매를 아끼면 친구가 된다"
"쪼개진 바위는 다시 붙지 않는다"
"아이는 자라고 부모는 늙는다"
"쉽게 키워라"
- 나이 듦 <하강의 미학>
...생략...
- 삶 <후회 없는 삶>
..생략...
- 행복 <행복은 선택일 뿐>
위에 적은 것은 이 책의 소제목들이다. 우리는 이 책의 소제목들만 읽어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쉽게 알게 된다. 그 까닭은 앞서 언급했지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거기까지 이다.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한계인 듯하다.
난 개인적으로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 계발서는 읽을 때, 끄덕끄덕하며 불 붙는 열정을 심어주지만, 책을 다 읽음과 동시에, 혹은 몇 일, 길게는 몇 주 지나기 전에 그 열정을 사그라들고, 자신의 무력함(게으름)을 자책하는 회색빛 재만 남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존의 자기 계발서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소제목을 짓는 방식, 그리고 챕터마다 조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방식 등, 자기 계발서라고 해도 과연이 아닐 정도로 비슷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어떤 학문적 성취(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라는 연구)로서 무게감보다는 대중 서적으로서의 친근감(긍정)이나 가벼움(부정)이 존재한다. 그래서 과연 이 책이 스터디셀러로 남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개인적으로는 스터디셀러가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다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생각, 의지, 실천력, 신체 등의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사람은 후회와 걱정을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는 본연의 사고적 특성이 있기에 완전히 계획된 삶을 살 수는 없다. 과연 후회와 걱정 없는 삶이 있을까.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하지 못함으로써 후회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지 않으면, 이 책의 70세 이상의 1000여명의 실수를 반복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과연 평생동안 정신을 놓지 않고 똑바로 차릴 수 있을까? 지금 같은 복잡하고 해괴한 시대에) 이건 앎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상기 시켜준 이 책에 고마움을 전하며, 이제 알고 있던 것들을 다시 일깨워줬으니 실천할 때.
move, move... 우선 움직여보자! 어쩌겠는가 회의적이지만 그대로 인정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