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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옛것보다 나쁜 새로운 것들로
  • 나의 프로방스
  • 피터 메일
  • 10,800원 (10%600)
  • 2004-07-10
  • : 966

< KEYWORD >
프로방스, 뤼베롱 지역, 12개월(1년), 음식, 자연, 이웃, 여유

 

 

           전원 생활이란 어떤 것일까?  인적이 드문 숲 속에서의 전원 생활이란?  『나의 프로방스』는 전원 생활의 즐거움(이따금 당혹감)을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을 12챕터로 써내려간 전원 에세이 혹은 일기집(?)이다. 책 날개의 작가 소개에 나와 있듯이 이 책의 저자 피터 메일은 광고업계에서 15년 동안 활동하다가 1975년(내가 태어난 해이다) 광고 업계를 떠나 1988년 아내와 함께 프로방스에 정착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프로방스에서 살게 된 집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 집은 메너르브와 보니외라는 중세풍의 두 언덕 마을을 잇는 시골길, 정확히 말해서 벚나무밭과 포도나무밭을 지난 흙길 끝에 있었다. 이곳에서는 '마스'라 불리는 전형적인 농가였다. 이 지역의 돌로 지은 그 집은 바람과 햇빛을 2백년 동안이나 견뎌온 탓에 옅은 꿀색도 아니고 옅은 회색도 아닌 그 중간색으로 바래 있었다. 18세기에 단칸방으로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시골 농가가 그렇듯이 아무렇게나 아이방, 할머니방, 염소 우리, 농기구광을 덧붙이며 확장한 탓에 이상한 삼층집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옹골찼다. 지하의 포도주 저장고에서 꼭대기 층까지 이어진 나선의 계단에는 커다란 돌판이 깔려 있었다. 벽의 일부는 두께가 1미터나 되어 지중해의 미스트랄(Mistral;프랑스의 론 강을 따라 리옹 만으로 부는 강한 북풍)을 견딜 수 있게 지어졌다. 집 뒤로는 울타리를 둘러친 마당이 있었고, 그 너머로는 새하얀 돌로 지은 수영장이 있었다. 우물이 세 군데 있었고, 그늘을 드리우려고 심은 나무들과 호리호리한 초록의 사이프러스들, 로즈메리 울타리, 커다란 아몬드 한 그루도 있었다. 그리고 오후 햇살에 졸린 눈꺼풀처럼 반쯤 닫힌 나무 덧문까지!  그 집은 우리 마음을 완전히 사로 잡았다."
- pp.11~12.
 
 
          『나의 프로방스』는 한국어 판으로 2004년에 출판되었지만, 원서는 1989년에 출판된 것을 보면 1988년 이주 후 1년간 일기를 쓰 듯 삶을 정리하여 이듬해인 1989년 바로 출판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그가 광고업계에 있었기 때문에 그 업계의 신송성이 몸에 베어서 바로 출판한 건 아닐까?  1년의 생활을 그 이듬해에 책으로 출판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너무 이른 출판이 아니었나 판단한다.  1989년이라면 지금처럼 문화 매체들이 빨리 생산되고, 그 즉시 소비되는 시대도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아무튼 『나의 프로방스』는 성공을 거두었고, 한국어 판으로 번역될 때까지 27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5백만 부 넘게 판매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른 출판이라서 설익은 느낌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히트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되는데 그게 아니였나보다.(이 책이 설익은 느낌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설익지 않았다고 보기도 힘들다. 다만 빠른 출판에 대한 나만의 선입견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인기를 끈 이 책의 내용은 의외로 단순하다. 1월에서 12월까지 자신들이 프로방스의 뤼베롱 지역으로 이주해서 집고치고, 이웃들과 어울리고, 관광객 받고, 그 지역 축제 즐기고, 맛있는 음식 먹고, 맛있는 술 마시고, 또 맛있는 음식 먹고, 맛있는 술마시고, 맛집 찾아 다니고, 또 먹고 마시고......  그렇다고 특별히 글을 잘 쓴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국내 작가의 책이 아니므로 단어와 문장에서 글 맛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쓴 글도 아니기 때문에 클라이막스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보니 강렬함은 없다. 하지만 이런 점이 이 책에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삶은 소소한 일들이 놓여 있는 단조로운 일상이기 때문이다. 삶이 드라마틱한다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정말 일기 같아서 읽으면서 편안하고 글의 목적이나 목표가 없어서 날이 서 있지도 않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실로 전원 생활에 정착해서 그 생활을 하는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알맞은 형태인 것이다.
     
          『나의 프로방스』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그들은 결국 이방인이 아닐까?'였다. 저자는 프로방스로 이주했지만 좋은 집(?)과 포도밭을 갖게 되었고, 포도밭을 소작농에게 맡겨 그곳에서 나는 포도주를 무한정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또한 그들이 살게 된 집을 전반적으로 1년에 걸쳐 수리를 해나간다(1년에 걸쳐 수리했던 것은 그곳의 수리공들이 너무 느긋해서 였지만). 그리고 정말 자주(책에 서술된 것으로 봐서는) 외식을 했으며, 맛집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기웃 거렸다. 그렇다고 저자와 부인이 자기 일을 가지고 뭔가 열심히 일한 흔적을 글을 통해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글의 대부분이 여유롭고 즐거운 삶을 보여준다. 소소한 문제들이 발생하지만 글을 읽고 있으면 심각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모른다. 거의 1/3은 음식을 먹거나 나누는 등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결국 그들은 진정한 지역민이라기 보다는 돈 많은 외부인으로만 느껴졌다.
 
          다음으로 느꼈던 것은 잠깐 언급했지만 음식에 관한 부분이다. 이것은 긍정적일 수 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음식 이야기가 있음으로 해서 밍밍할 수 있는 일기 같은 글에 감칠맛이 나게 해주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그 이야기가 내 기준으로는 너무 많아  그 음식들에 대한 맛이나 형태가 궁금해지다가 그것이 너무 많이 쌓여서 결국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며, 뒤로 갈수록 '또 먹는 이야기야!!'라는 탄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온한 이웃의, 그것도 프랑스의 프로방스에 사는 이웃의 소소한 일상을 읽고 있노라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게 만드는 묘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바쁜 도시 일상에 지쳐 있다면 읽어보기 조심히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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