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장편소설 #열린책들 #코로나 #팬데믹 #일상의평범함 #그해봄의불확실성

밤에는 달랐다. 나는 밤에 곤혹감에 차서 잠이 깰 때가 많았다. 뭔가 대단히 중요한 걸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며 기억을 더듬어도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해 봄의 불확실성> 223 쪽 중에서...........

'시그리드 누네즈', '민승남', '열린책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이다. 시그리드 누네즈는 미국의 소설가로 <그해 봄의 불확실성>을 비롯하여 무려 아홉 번째 소설을 발표했다. 나는 그동안 번역되지 않은 책으로 누네즈의 작품들을 읽어왔는데, 글 자체가 멋있고 사유 방식도 좋아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소장을 하고 있었다. 2025년 1월 말에 출간된 <그해 봄의 불확실성>도 '역시!'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2020년, 한창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때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때 전세계 사람들은 소통의 단절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이 책에도 그러한 감정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누네즈 특유의 고급스러운 사유의 과정, 소통, 사회적 트라우마와 기억의 상실 등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보통의 장편소설은 줄거리가 무척 복잡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네즈의 소설이 그렇듯, <그해 봄의 불확실성>은 줄거리라고 할 것이 딱히 없다. 그게 바로 누네즈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고, 내가 누네즈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왜 소설은 늘 복잡한 줄거리를 가져야만 하는가. 이 소설의 서두에도 나오듯, 사실 소설의 줄거리보다 소설에서 받는 인상이 더 중요하다. 그래도 소설은 소설이니 줄거리를 잠깐 이야기해보자면 이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소설가이다. 그는 지인의 앵무새를 우연히 돌보게 되고, 원래 앵무새를 돌보아주던 대학생이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소설가, 앵무새, 대학생이 함께 사는 상황이 발생하고, 소설가는 이러한 상황을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그해 봄의 불확실성>은 소설인듯,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인듯, 그 애매모호한 경계에 있어서 더욱 매력이 넘친다. 인위적이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보통 아홉 번째 소설 정도를 출간하면 기존의 작품을 답습하거나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역시 누네즈의 소설다웠다. 최근 미국문학, 세계문학의 중심을 알고 싶다면 <그해 봄의 불확실성>을 일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