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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빵을 먹는 오후
  • 악당을 지켜라
  • 김우주
  • 11,700원 (10%650)
  • 2024-08-20
  • : 10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변호견은 죄를 저지른 인간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를 당한 동물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랑하고 믿었던 인간이

벌을 받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해서 초대 개판사가 생겼죠."

애꾸가 맨 앞에 걸려 있는 액자를 가리켰다.

우아하게 빛나는 회색빛 털을 지닌 개였다.


-악당을 지켜라 32 P





나는 개를 좋아한다. 하지만 개를 키우지는 않는다. 어린 강아지야 마냥 귀엽고 예쁘지만, 병에 걸리거나 늙어서 돌보아주기 불편한 상태가 된다면 잘 책임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옆집 사는 분도 개를 키우는데, 지금까지 강아지에게 쓴 돈이 거의 8천만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실로 놀라운 금액이다.


누군가는 이처럼 강아지에 많은 돈을 쓰면서 사랑을 주는 반면, 학대를 하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개를 식용으로 생각한다. 개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다양하니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




장편 동화 <악당을 지켜라>에는 이렇게 다양한 성향을 지닌 주인들을 만나고, 상처를 받은 개들이 등장한다. 일단 동화인데도 어린이가 주인공이 아니라 개가 주인공이라는 게 특이했다. 보통 평범한 동화들은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데, 이 동화에서는 '동구'라는 개가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이가 아예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동구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할아버지에게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손자 '동이'가 있다. 동이는 동구를 싫어한다. 동구 집에 쓰레기를 넣어서 괴롭히면서 동구를 못살게 군다. 그런데 동이는 단순히 개만 싫어하는 게 아니다. 모든 동물들에 대해 혐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동화의 첫 부분을 읽었을 때는 동이가 참 못된 아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도 없이 왜 동물들을 싫어하고, 잘못도 없는 동구는 왜 괴롭힐까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이 동화에는 반전이 있다. 동이가 동물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데에는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재판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면, 동이는 그저 동물을 미워하고 학대하는 못된 아이로만 낙인이 찍혀 벌을 받았을 것이다. 동이와 동구가 계속 티격태격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평생을 살아간다면, 너무 가슴이 아픈 이야기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동화에서는 진짜 중요한 설정이 있어서 동이가 어떤 아이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바로 '개법원'이 있다는 설정이다. 동물들에게도 법원이 있어서 심판을 내리고 벌을 준다. 개법원의 판사는 '개'이다. 그리고 법원으로 들어갈 때 '개뼉다귀' 모양의 종이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그런데 심판의 대상은 같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들의 억압을 받던 개들의 통쾌한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사람들이 동물에게 잘못한 일을 벌주는 법원이 있다면 이 세상에 동물들을 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만 있을 것이다. 이 동화를 읽으면서 정말 이런 개법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인물로 '동이'를 지목하면서 동구의 활약이 펼쳐진다. 물론 동구는 늘 자신에게 심술궃게 구는 동이가 싫다. 그래서 동이가 동물을 괴롭혀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그냥 그럴 만한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동이는 벌을 받아야 마땅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돌을 던져서 아기 쥐들이 있는 입구를 막아버리는 바람에 아기 쥐들이 굶어 죽게 된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찮아보이는 작은 쥐라도, 어미 쥐 입장에서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동구가 동이의 변호견으로 자처하게 되면서, 이야기에 반전이 생긴다. 만약 동구가 동이의 변호를 맡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동이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거울형이라는 벌을 받아 자신의 유일한 피붙이인 할아버지를 잃게 되었을 것이다.


법정, 재판, 벌이라는 딱딱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동구가 같은 동네에 사는 개예뻐미용실의 체리라는 개를 좋아하는 모습은 귀여웠다.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체리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려는 모습이 순수한 아이들 같아서 동구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 동화는 동이가 늘 '악당'이라고 불렀던 '동구'를 잘 변호해주고, 억울함을 풀어주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으로 끝이 난다. 눈높이 아동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수상작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동화라고 생각했다. 이 동화에 나오는 동이처럼 누군가를 비난하기 전에,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악당을지켜라 #오늘책 #신간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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