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 이런 소설도 출간되는 날이 오다니, 정말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순정만화xSF 컬래버레이션 소설이라니요!
저는 1990년대에 소위 '순정만화 덕후'였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 읽었던 만화책들을 다시 찾아보면서 추억에 젖곤 합니다. 그 당시에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 중에 권교정 만화가님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가 있습니다. 아마 순정만화를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분명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발간한 <달의 뒷면을 걷다>는 권교정 만화가님의 SF순정만화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를 소설로 오마주해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권교정 만화가님의 원작 만화를 알고 있는 분들께는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소설이고, 설령 원작 만화를 모르는 분들이라 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16~19쪽에는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의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는데요. 만약에 소설의 배경을 알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면, 먼저 이 줄거리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굳이 이 줄거리를 몰라도 작품을 읽는 데는 문제가 크게 없으실 거예요. 원작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소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달의 뒷면을 걷다>는 순정만화가 원작이라고 해서, 순정만화에서 나올법한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순정만화보다는 'SF소설'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순정만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SF에 흥미가 있다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청소년소설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다이'라는 열여덟 살 여자 아이입니다. 다이는 월인이라는 이유로 지구는 물론 지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표준중력에 노출되는 것이 일절 금지된 채로 살아갑니다. 소설의 배경이 '지구'가 아니라는 게 놀라운데요.
'월인'은 말그대로 달나라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월인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지어놓은 달 기지에서만 살 수 있고, 달 기지 밖에서는 숨을 못 쉬어 죽습니다. 지구에 가면 중력 쇼크로 죽게 됩니다. 지구인은 달에 올 수 있어도 월인은 지구에 가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2075년, 가족을 따라 지구로 향하던 월인 아이들이 고중력 쇼크로 사망을 하는 일이 생기고, 달에서 출산하는 게 금지됩니다. 하지만 달 거주법 공포 시점에 임신 중이던 다이 어머니만이 예외적으로 출산을 허가받았습니다. 그래서 태어난 아이가 다이였던 거죠.
이런 상황에서 다이는 무척 외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자기 또래 아이가 지구에서 달로 오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은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지구로 떠나가 버립니다. 게다가 지구에서 달로 잠깐씩 오는 지구인들은 다이의 마음에 들지 않아요. 달 뒷면에 쓰레기를 버리면서 나 몰라라 하기도 하고 달이 망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해 조금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저는 소설을 읽는 동안 다이와 함께 달에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이의 당찬 성격도 아주 마음에 들었구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설령 지위가 높고 많이 배운 사람들에게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라 좋았습니다. SF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원작 만화의 팬이어서 그런지 소설도 술술 읽혔어요. 어려운 과학 용어는 각주가 있어서 정확히 이해하진 못해도, 소설 읽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90년대 추억의 만화가 이렇게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니, 뭔가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앞으로 이런 특별한 시리즈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소설 읽는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달의뒷면을걷다 #순정만화 #SF소설 #컬래버레이션 #SF순정만화
#달의뒷면을걷다 #순정만화 #SF소설 #컬래버레이션 #SF순정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