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에로스의 기원과 본성 (203a8-20466)
정체 논의는 이제 에로스의 탄생 이야기를 통해 보다 구체화된다.
요즘 사람들은 흔히 기원(genesis)으로 본성을 이야기하는 데 대해 발생론적 오류(genetic fallacy)라는 말로 반감을 드러낸다.
앞선 연사들도 그랬듯이 디오티마 역시 에로스의 정체의 일면을 기원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이쯤 되면 발생론적 오류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쉽게 이름만 붙이고 넘겨도 좋은 것인지 숙고해 볼 만한 일이 된다.
아무튼 디오티마에 따르면 에로스는 방도 내지 자원이 풍부함을 대변하는 신 포로스와 그런 것들이 궁해 가난함을 대변하는 여성 페니아가 아프로디테의 생일날 동침하여 태어났다. 부모의 본성을 다 나눠 갖고 있어서 불사적이지도 가사적이지도 않고, 풍부함과 빈곤, 아름다움과 추함의 사이에 있으며, 지혜와 무지의 사이에 있으면서 늘 지혜를 사랑하는 자이다.
아가톤의 생각과 달리 에로스는 아름다운 자, 그래서 사랑받는 자가 아니라 아름다움과 추함 사이에 있는 자, 그래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