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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월한 피해자
  • 곽아람
  • 17,820원 (10%990)
  • 2026-05-08
  • : 5,230
곽아람 기자의 책을 처음 읽은 건 십여 년 전, 『어릴 적 그 책』이다. 내 유년의 책들과 그의 책들이 겹쳐서 즐겁게 읽었던 기억. 하지만 조선일보 기자란 이유로 이후로 나온 책들을 더는 읽지 않았다. 소녀시절 같이 놀고 소식이 끊긴 똑똑하고 하얀 옆집 언니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던 작가.

그런 그가 스토킹 피해와 그로 인해 겪은 사법 시스템의 고통을 담은 르포르타주 형식의 책을 냈다는 것은... 충격이기도 했고 공포이기도 했고 괴로움이기도 했다.

그 감정은 그가 절대로 그런 범죄 피해자의 스테레오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고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고 여성학을 전공한 중년여성이면서도 아직도(!) 여전히(!)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슬픔이다.

슬퍼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추악한 범죄와 사법 시스템의 부조리함, 몰인정함, 몰상식함... 그러나 그 어떤 것에도 지지 않고 울면서도 괴로워하면서도 이겨내고야 마는 한 사람이 거기에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스스로를 인간으로 지켜내는 것이 인간이다. 그 어떤 구덩이에 빠져있을 때라도.

그 가운데서 저자는 함께하는 다른 인간을 찾아낸다. 인간성을 나눌 수 있는 인간, 서로 마주할 때 온기와 힘을 느낄 수 있는 인간. 오래 전에 함께 있어준 누군가를 나도 생각했다. 그것이 나의 슬픔 중 기쁨이었다.

*조선일보 기자라고 안 읽어온 내 과거를 반성한다. 나는 얼마나 좁은 시야로 살아왔는가? 이 책은 진보를 내세우는 누구보다 강한 연대자이고 저자는 훌륭한 인간이자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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