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븐>을 쓴 작가의 작품이란 것만 알고 사와서 읽었다. 헤븐은 굉장히 찜찜하고 강렬한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도 헤븐처럼 외로운 아이가 나온다. 그리고 이 아이, 이토 하나는 좀 더 고립되어 있다. 엄마도 있고 학교도 다니지만 느슨하게 연결된 사회망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그것들을 떠나 스스로 선택한 사람과 새로운 곳에서 살기로 한다. 그러자 놀랍도록 간단하게 그와 연결된 모든 것이 툭툭 끊어진다.
그가 새롭게 고른 가족은 엄마와 살던 집에 흘러들어왔던 기미코, 그리고 또래 여자아이 둘이다. 하나는 그 가족을 지탱하기 위해, 자기가 기댈 곳을 유지하기 위해 죽도록 일하지만 일은 점점 더 어둡고 무거워지고, 새로운 가족은 거꾸로 하나에게 기댄 모양새가 되어간다. 하나는 다시 외롭고 그가 기댈 곳은 풍수나 꿈, 돈을 모으는 낡은 구두 상자 정도다.
처음부터 파국이 예상되는 이 가족은 간단하게 파괴된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위태롭게 돈에 집착하던 하나는 그 파괴와 동시에 돈과 무관해진다. 그가 그렇게도 원하던 관계와 인정을 위해서만 돈이 가치로웠던 거니까. 집착이 없었다면 파괴되지 않았을 관계, 그러나 돈이 없었다면 아예 시작될 수 없었던 관계... 하나는 그저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인데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폐허에서 하나와 기미코가 만난다. 가졌고 잃었고 그래서 더 텅 빈 사람들일 것 같지만 잃어버린 것과 사랑하는 것이 분명해진 두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이제 그 관계에는 다른 무엇이 아닌 두 사람만이 필요하다. 먼 길을 돌아 알게되는 것들이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