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latteforme 2024/10/2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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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븐
- 가와카미 미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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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 - 2023-04-28
: 199
일본 소설 특유의 불쾌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이다. 이 세상에는 이미 이지메를 소재로 한 무척 많은 소설이 있지만 거기에 이 책 한 권이 더해져야 한다면 그 이유는 바로 그 불쾌함 때문일 것이다.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은 사시라는 신체조건을 빌미로 극심한 교내 괴롭힘에 시달린다. 그런 그에게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이지메를 당하는 중인 고지마가 다가온다. 거의 편지, 그다지 접촉은 없는 관계지만 둘은 가까워지는데, 친구보다는 포로수용소에서 만난 다른 국적의 포로들 같은 느낌이다. 같은 감정이지만 닿지 않는 언어를 쓰고 있는.
이는 괴롭힘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고지마와 괴롭힘의 시작점인 사시를 수술로 고칠 수 있는 화자의 입장차이로 발전한다. 소설 후반부로 가면서 고지마가 보이는 기괴한 행동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식을 흔든다. 이 행동이 불쾌한 이유는 단지 기괴하기 때문이 아니라 앞서 있었던 화자와 모모세의 대화 때문이다. 괴롭히는 무리 중 하나인 모모세는 괴롭힘의 이유가 사시가 아니라 그저 그것이 즐겁고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화자에게는 왜 자신들을 칼로 찌르지 않는지 묻는다. 그에 대한 대답은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괴롭히는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지마의 적극적 피해자 되기는 가해자의 언어를 가진 피해자, 가해자화 된 피해자이므로 불쾌하다. 피해자에게 피해자성을 요구할 수도, 그렇다고 가해자의 언어대로 따라갈 수도 없는 독자는 인간성의 바닥 같은 끈적한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주로 일본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불쾌함이다.
결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너와 내 안에 그런 심연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걸 들여다본 것으로 충분. 모모세의 말처럼 그 심연은 전쟁에도 예술에도 있다. 전범국 출신 소설에서 전쟁이란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유심히 보게 된다. 아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 교실에서 국제사회까지 너무 나갔나? 하지만 왜, 라는 질문이 등장하는 무대마다 이 소설을 그 심연을 대답으로 들이밀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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