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공이 뭐예요?"
한국의 대학진학률은(떨어졌다고 하나 여전히) 70%를 웃돈다. 즉, 우리 중 열에 일곱은 무언가를 전공한 전문가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우리는 노트북에 파란 화면이 떴을 때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친구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묘한 대답을 듣는 것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
우스꽝스러운 이 일화는 학과마다 각자의 형태로 전해진다. 오늘 우리가 알아볼 학과는 다름아닌 생물학과. 그렇다면 생물학과에는 어떤 이야기가 전해질까. 생물학자들끼리 만나는 장소에서 "저는 유전학을 연구합니다"처럼 구태의연한 수사는 없다. 그런 어이없는 소개를 들은 상대방으 ㄴ어리둥절한 얼굴로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뭐로 연구하시는데요?" (p17)
3.
즉, 생물학자들은 본인의 전공을 다루기 위해 준비물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모델생물. 우린 모델생물을 이용해 유전학이니, 분자생물학이니, 하는 생물학의 세부전공을 파헤치게 되는 것이다. 초파리가 대표적이며 예쁜꼬마선충, 지브라피시 등이 역시 잘 알려져 있다. 오늘 소개할 <선택된 자연>은 당연스레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은 모델생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4.
책은 총 30장으로 구성되며, 각 장을 할애해 대략 24종의 모델생물을 다룬다. 여기에 가장 대표적인 모델생물인 초파리는 제외되었는데 이는 전작인 <플라이룸>에서 다뤄진 바 있다. 모델생물을 통해 생물학일반을 다루는 저자의 전략은 탁월해보인다. 이를 테면, 10장의 옥수수 파트에서는 멘델과 매클린톡에 관한 이야기로 화두가 던져진다(p82).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멘델 정도야 유전학의 어머니나 아버지라고 추측이 가능하지만 매클린톡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매클린톡이 발견한 유전자의 jumping 현상은 학계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해진다. 바이러스의 기원을 여기서 찾는 학자도 있고, 향후 염색체 연구에 있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델이 되는 생물을 바탕으로 일반생물학 전반을 다루고 있어 구성적인 면에서 굉장히 유려한 모습을 보인다.
5.
전공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전공에 대한 이야기로 서평을 마쳐볼까. 앞서 말했던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학생이 컴퓨터를 잘 모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질적으로는 더욱 깊고 디테일한 세부사항을 공부했기 때문이며, 또 한편으로는 전공의 세속화 때문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공은 자본을 위한 도구적 툴로 기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물학같은 대부분의 자연과학이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는 철 지난 우려도 이미 지나간 일이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가 다루기에 거대한 질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선택된 자연>같은 자연과학의 기본교양을 쌓을 수 있는 책이 소중한 것이다. <플라이룸>에 이어 <선택된 자연>까지. 전공자들 입장에서는 전공서적들 사이에 파묻혔던 야화들을 재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며,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선별된 교양을 안전하게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