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샀는데 이제야 다 읽었다.
이 책의 느낌을 음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고등학교 시절 (세기말이었던!) 야자시간에 듣던 음반들의 느낌.
꽃다운 나이에는 한번도 안오시다 이제야 내한공연하시는 '권총과 장미' 오빠(?)들
마약을 하고 녹음한 것이 아닐까 의심되던 '초록날'의 그런 음악들.
세월이 흘러 나는 대학원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시험기간에 읽는 책이 더 재미있다.
결코 희망을 이야기한다 주장하지 않는 명작들.
테드창 같은 21세기형 (조금 밝아진) 소설보다는 조금 낡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SF계의 거장들의 컴필레이션 같은 소설집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갖고있는 책이랑 겹치는 것도 있다.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을 지은 편집인의 냉정한 설명이 돋보인다.
사실 웬만한 피 튀기는 영화보다 충격적인 내용이 많아서 자기 전 읽고 악몽을 여럿 꾸었다.
얼마나 그랬으면 '40세 미만 어린이는 부모의 사전지도를 받을 것'이라고 써 있고
여자들은 이 책을 끝까지 읽기 어려울 것이라고 되어있겠는가.
특히 기억에 남고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은 '소년과 개'
'그대를 어찌 잊으리, 오 지구여!' 같은 작품은 역시 아서 클라크! 하게 된다.
무섭고 끔찍하고 음울한 책이지만
그래도 SF는 현실에 대한 최고의 은유법이기에
이 소설들이 쓰여질 당시의 세계관을 다른 소설보다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
내가 여전히 SF를 좋아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