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주식투자의 첫 책으로는 절대로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는 여러 권을 보고도 이해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 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까지 본 책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투자마인드에 대한 책, 주식기본서, 차트분석, 재무제표 등에 대해 책을 읽었다면 그 다음에 이 책을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몇년전에 양재동에서 주식에 대해서 강의를 들을 때 시총2천억원 이하에만 투자하는 선생님이었고, 세력에 의한 주가변동을 차트로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소문이나 정보를 통해서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나에게 올 정도의 정보면 이미 급이 낮은 정보라는 것.
재무제표에 대한 책을 읽고 차트의 기술적 분석도 중요하지만 이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보려면 DART를 잘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 책은 세력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것을 따라가서 숟가락 얹는 것인 필요하지만 장대음봉 및 거래량 증가로 세력이 이탈할 것 같은 차트여도 그 다음날 상한가를 기록하는 경우도 많다고... 차트로만 분석하는 것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회사의 지난 6개월 역사가 중요하며 세력주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저자 말 중에 가장 믿기 어려운 것이 CB, BW 등의 용어를 외우지 말라는데 그래도 외우는 것이 좋다^^
전환사채(CB): 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이지만 원금+이자 대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채권 +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 옵션을 행사하면 채권 + 주식 형태가 된다.
교환사채(EB): 채권에다가 옵션을 행사하면 발행회사의 주식말고 그 회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의 주식으로도 교환할 수 있는 사채.
메자닌채권: 쟤네를 다 묶어서 부르는 말
유상증자: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서 신주를 발행하고 돈 받는다.
이 정도 용어만 기억하고 그 뒤 내용을 읽어가면, 물론 다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도 꽤 있지만 나한테는 좀 소설같기도 하고 새롭고 신선한 내용이었다. 최대주주변경 공시에서는 지분인수목적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중간중간에 나오는 비유 덕분인데 책을 참 재미있게 썼다는 생각. 슈퍼마리오 비유 등이 참 기억에 남는다. 결국 사모투자합자회사로 최대주주 변경시 그 때를 매수 타이밍으로 본다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개의 기업을 골라서 지켜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뉴스에 나오고 화제가 되면 이런 것을 적용하기에는 늦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력주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착시일 수도 있으나 (사전합의), 52주 신저가 갱신 후의 외국인 순매수 및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를 내는 것은 매수 신호라는 것, 1~2분기 내에 주가 하락한 기업이 '타법인주식 및 출자증권취득결정' 공시를 낸다면 단기 급등할 수 있다는 것 등 주린이인 나에게는 새로운 정보로 가득했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방법을 적용하려면 산업의 흐름을 보고 그 산업의 관련주를 다 훑어보는 탑다운 방식에서는 시간적으로 어렵고 바텀업에서 가능한 것 같다. 최대주주변경공시를 확인한 후 접근하면 늦고 그 전에 지분율 변화와 최대주주변경의 목적인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데 사실 그것을 여러 기업에 대해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사경인 책에도 강조하는 부분이었는데, 어쨌든 돈을 투자하려면 단순히 HTS 정보에만 의존하지 말고 DART를 꼭 보자! 그리고 KIND도 보자! 적어도 불성실공시법인지정 여부와 누적벌점은 꼭 확인해야지 (http://kind.krs.co.kr)!
세력은 단순히 주가를 올리고 내리는 것에만 관심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경영권을 목표로 하기도 해서, 회사의 생사와 달려있다. 기사에 M&A가 나오면 그 기업이 더 커지고 잘되나보다 생각만 했는데, 인수합병을 통해 테마주가 되기도 하고...참 돈 많은 사람도 많고 세상이 무섭구나 싶다. 개인투자자와 달리 관리종목으로 있을 경우 CB와 BW 발행에 프리미엄이 붙어서 세력에게는 더 이득이라는 이야기도 인상적.
분식회계를 걸러내는 것도 중요한데 재고수량을 부풀려서 기재하거나, 감가상각을 누락, 비용처리를 이월, 자본총계를 늘리고, 퇴직금 계산시 근속연수를 줄이는 것, 회사자금 인출하고 정상거래 인출처럼 하거나 가짜 매출채권을 발행하는 것 등인데, 솔직히 이 부분은 좀 답답했다. 왜냐하면 DART를 아무리 들여다본들 나같은 개인이 알기가 참 어렵기 때문이다. ROE가 높아도 위험한 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유익했다. 시총 3천억 미만인데 지난 4분기 동안 유상증가를 했는데도 ROE가 높다면 주의해야하고, 2년 동안 BW 발행을 한번도 안했다면, 경경자교체 시점에 보호예수 걸리면 보호예수가 풀릴 때 차익실현하고 퇴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생업도 있고 이런 것을 분석하기 너무 머리 아프니 욕심내지 말고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시총 1위만 꾸준히 사 모을까...44층 거주자라서 8만전자를 더 사려니 손이 떨리긴 하고. 유래없던 2020년에 기회를 많이 놓친 만큼, 이미 많이 오른 기업보다는 아직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테마와 명분을 찾아 헤매는 욕망이 숫자로 환원되는 곳이라는 주식시장.
마지막에 마치 부록과 같은 세력의 M&A 시나리오는 무슨 영화속에 나오는 얘기 같았는데, 정말 이런 일이 21세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건가? 주식투자를 당장 할 생각이 없어도 재미있는 책이며 주식투자를 할 사람이라면 꼭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한번 읽고 다 이해는 되지 않지만 기업의 생리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몇달 뒤 꼭 다시 읽어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