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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뒤 맑음

황교수 사태 때문에 다소 잊혀지고는 있지만, 근래 삼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매우 거세지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비판 여론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이 한국경제신문사의 경제부 기자가 썼다는 점, 특히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삼성 이야기”라는 광고 카피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다.

삼성 비판에 대한 정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삼성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기를 은근히 바랬다.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기자로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삼성(대기업)에 대한 법적 규제가 정확하게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것이 한국 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와 같은 문제들을 풍부한 자료를 토대로 날카롭게 지적해 주기를 바랬다.

혹은, 꼭 패밀리 경영이 나쁜 것인지, 삼성이 앞으로 존경받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더욱 더 성장하기 위해서 삼성의 패밀리 경영의 문제는 무엇이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제시하는 넓은 시각을 보여줬으면 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나의 모든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내 생각에는 삼성에 대한 비판자들이 많아진 만큼, 삼성의 성공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쓴 것처럼, 정부의 삼성에 대한 법적인 규제나 시민들의 ‘오해(?)’ 때문에 지금 삼성이 헤지 펀드와 같은 외국의 자본으로부터 적대적인 M&A라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나는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과연, 참여연대 고발이 삼성에 대한 ‘저격’이고, 정부는 삼성에 대해 규제를 위한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저자는 ‘소수 의견’이라는 것을 무릅쓰고 삼성을 확실하게 대변하고 싶었던 것일까? 솔직히 말해서, 저자(기자)의 마인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저자가 수없이 지적한 것처럼, 삼성은 총수일가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일구어낸 국민 브랜드이자 세계적인 기업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를 완전히 부인할 사람은 없다. 저자가 그토록 삼성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참여 연대를 '저격수'라고 보는 저자의 시각은 상당히 삐뚤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에 대한 규제와 비판이 종국에는 '삼성 죽이기'가 아니라 삼성을 '살리는' 약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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