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자무시에게는 커피와 담배라는 영화가 있다. 몇몇 인물들과 사소한, 일상적인, 삶의 일면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커피와 담배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인물들, 웃고, 서글프고, 치사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여기서 커피와 담배는 그저, 이런 인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하나의 장소였다. 그들의 인생의 일면을 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었다. 동일한 제목의 이 책은 '커피와 담배'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책은 이상하게도 술술, 읽히지만, 담아내는 이야기는 녹녹치 않은 인생경험이 담겨있다. 자신의 세대를 통과하여 살아온 경험을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이 담담함을 얻기까지 어떤 시간을 통과했을까. 하는 질문도 있었다.
'커피와 담배' 라는 건, 물건이기 보다는 시간 같다고 생각했다. 각자마다 자신의 시간을 통과해 나가는 동안, 그 시간 속에 '커피와 담배' 같은 사물은 하나씩 있는 건 아닌가? 너무 사소하고, 너무 일상적이라서 나의 삶에 베어있고 곁에 있는 물품들 말이다. 각자마다의 인생 그래프의 어떤 분기와 꼭지점, 선택의 갈래에 주요한 역할은 하지 않았지만 늘 곁에 있 어떤 물건들. 사물들말이다. 이게 '커피와 담배'처럼 여겨졌다. 나에겐 내 시간을 통과하면서 어떤 사물들이 이렇게 시간을 담고 있을 것인가? 이런 생각으로 잠시 멈춰서도록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할 떄즘. 하나의 에피소드의 문구가 떠올랐다.
"아메리카노와 여의도비키니"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자신의 인생의 포커스를 '지금. 바로 여기'로 맞추며, 지금을 희생하지 않고 지금을 살겠다고 하는 에피소드,
이 책이 주는 여운이 그러했다. 마음도, 시간도 무언가에 휩쓸리듯 살고 있는 생활 속에서.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지금. 바로 여기'의 감각을, 되찾고 싶은.
그러니 잠시 쉼표. 세미콜론.
지금 바로 여기에서 행복하지 못하면 내일이 되어도, 먼 미래에도, 타이티에 간다해도 행복은 없다. P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