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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트의 스피디 리뷰
  • 난 당신이 좋아
  • 김병년
  • 9,000원 (10%500)
  • 2010-12-29
  • : 2,701
근래에 이렇다하게 마음이 동하는 책이 없었습니다.
사실 경제경영서를 많이 챙겨보는 통에 여유라고는 고슴도치 눈물만큼도 없었지요.
그러다가 지난 밤 지난번에 켈리님이 선물해준 '난 당신이 좋아'를 꺼내들고 읽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원래 화기애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쉽사리 펼쳐지지 않는 책이었지요.
저는 성경을 읽어도 모험이 넘치는 신나는 부분들만 좋아하는 편이에요.
가만가만 생각해보면 한국 기독교의 스타일의 전형이기도 하지요.
성공을 향한 몸부림과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만 선호하는 한국 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저에게서도 보입니다.

 

지은이는 김병년목사님.
기도로 얻은 아내와 10년간의 결혼생활을 하며 2명의 자녀와 알콩달콩 살고 계셨더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셋째의 출산 후에 갑자기 아내에게 뇌졸증이 찾아왔고.
그리고 이 책이 그 후로 6년간의 고통 중에 눈물로 지은 에세이입니다.
첫장을 넘기면서 부터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이 책이 욥기를 생각나게 했거든요.
성경 66권을 통틀어서 제가 제일 싫어하는 책이 바로 욥기입니다.
때로는 내 이야기같아서 너무 싫고, 때로는 너무 답답해서 싫고, 때로는 하나님이 원망스러워서 싫습니다.
이유없이 고통 당하며 울부짓는 욥에게 하나님은 아무 응답도 하시지 않습니다.
급기야 친구들은 욥에게 '너의 죄가 고통을 가져왔다'라고 꾸짓게 됩니다.
욥은 처음에는 자책하다가, 또 하나님께 울부짓다가 마지막에는 원망과 불평까지 하게되지요.

마치 욥처럼.
김병년목사님도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아내가 왜 뇌졸증으로 쓰러지게 되었는지.
왜 이렇게 오래도록 고쳐주시지 않는건지.
조금씩 낳아져도 괴로운데 아내의 두발을 화상을 입게해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시는지.
깊은 수렁에 빠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목사님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떤 부분은 너무나 공감합니다.
하나님이 요술방망이처럼 뚝딱하고 우리의 바람과 소원을 들어주시지 않으시지요.
어디 그 뿐인가요.
괴로워죽겠는데 아무 응답도 없으십니다.
아무리 기도해도 상황은 눈꼽만큼도 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내동댕이쳐지기를 원하시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믿습니까? 하면 다 이루어진다던데.
내 인생엔 그런게 없더라구요.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믿음이란 응답이 아니고 기다림인 것 같다는 생각.
다시 성경으로 돌아와서.
66권내내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기다림을 찾아서, 아브라함부터 예수님을 지나 우리들까지.
믿음의 조상들의 삶에서 나타나는 기다림의 순간들.

요즘 더 많이 슬픈건.
몇몇의 성공주의적 신학에 휩쓸려가는 모습을 볼 때인데.
우리의 믿음의 길이 모두 그렇지만은 않아요.
그냥.
하루하루를 잘 이겨내고 슬픔을 나누고 작은 일에 함께 기뻐하는 소소한 믿음의 실천자들도 많이 있어요.
이 책이 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구요.

누구나 마음에 호수를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목사님 글을 읽고나면 호수가 넘실넘실해요.
얇은 책인데 마음 가득 뭔지 모르겠지만 채워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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