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 문학소녀
  • 김용언
  • 13,500원 (10%750)
  • 2017-06-19
  • : 881

전혜린의 글에 대해 고종석의 평에 대한 반기가 글의 동력이었을 것이다. 고종석은 <말들의 풍경>에서 "불안은 그 자체로 비범함이 아니다. 먼 곳에 대한 그리움도 그 자체로는 비범함이 아니다. 전혜린의 수필들은 비범함을 열망했던 평범한 여성의 평범한 마음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것은 이를테면 '문학소녀'의 글이다." 저자는 이 글에 대한 반기에서 시작됐으면서 전혜린이 쓴 글중 '비범함'='평범하지 않게 잘 쓴" 글을 하나도 들춰내지 못한다. "절대로 평범해선 안 된다"라 생각한 이로서는 정말 불행하다. 애정을 갖고 발췌문을 들여다보아도 전혜린의 글들은 반복적이고 구태의연하고 초라하며 자기애적이고 비문이다.그러니 앞의 문장 중 증명해야 할 것은 '문학소녀'라는 단어의 구원일 테다. 그렇다면 전혜린을 예로 들어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전혜린을 비유하면서 드는 실비아 플라스는 과하다. 

특히 전혜린을 새롭게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저자는 오히려 냉정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해온 여성학자의 인용된 글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맺는말에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문학소녀는 먼저 쓰인 연구서와 논문 들에 온전히 기대고 있다"는 것은 겸손의 말이 아니다. 박숙자의 '문학소녀를 허하라'(2014)는 인용된 부분만으로도 책의 논지가 거의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속물 교양의 탄생>의 저자이기도 하다. 

전혜린을 평가하는 대목 중 전헤린의 존재에 대한 묵직함의 예로 다음이 나온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편집한 대학생 김화영이 '명동의 명문 대폿집 '은성'에서 단 한 번 만난 것이 기억의 전부인 전혜린 씨"를 위해 일종의 '헌신'을 기울이면서 당대의 스타 이어령의 이름 뒤에 숨어 자신의 사랑을 아낌없이 고백했던 것은, 이후 전혜린에게 매혹된 문학소녀들의 원형처럼 느껴진다." 김화영은 아시다시피 남자 불문학자, 번역자이다. 여성 문인에 대한 선입견을 이야기하면서 등장한 박용숙의 일화와 비슷한 걸까. 박용숙은 남성이었는데 소설 발표 뒤 어떤 비평가가 월평에서 "여류 작가가 이처럼 리얼하게 그런 장면을 그려냈다는 것은 그 리얼의 한계를 넘어서 여성이 지니는 섬세한 감각 때문이었고 또 그 섬세한 감각으로 하여 여성이 아니면 도저히 표현해내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였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