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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헤슬리는 미국인 남자다. 그는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겠다는 간절한 소망은 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평화봉사단으로 애담과 함께 중국의 쓰촨 지방 푸링으로 가서 그곳 대학에서 영어과 학생을 가르친다. 푸링은 양쯔강이 우장강과 만나는 곳이다. 그가 있는 아파트에서 강이 보이고 모든 일은 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는 강을 이렇게 표현한다. '...양쯔 강에 닿은 배는 물살을 만나 빙그르르 돈다. 모터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난다. 위로는 산, 앞으로는 도시가 보이는 두 강의 합류 지점에서 배는 물살에 밀려 잠시 멈칫한다. 그러다 프로펠러가 빠른 양쯔강의 물살을 움켜잡으면, 배는 퍼덕거리며 상류로 올라간다.'(아름다운 문장이다. 번역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미국인이지만 지금의 애국적인 마음으로 똘똘 뭉쳐 겁나는 게 없어 보이는 미국인이 아니라 인종문제나 종교문제 등에 대해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미국인이다. 다시 말하면, 반골 기질이 있는 비판적 지식인 정도. 그는 중국의 체제 문제에 대해서 일단 객관적인 시각으로부터 접근한다. 그리고 그에게 중국의 체제가 판단을 내리는 지점은 객관적인 실체로 드러날 때이다. 이런 면에서 미국인, 귀납적 추론의 대가들답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연역법의 대가들이다. 무조건 표어를 내건다. 그가 조깅을 꾸준히 하면서, 동시에 중국어를 익히면서, 그냥 검은 건 글씨요 흰 건 바위다 하던 글씨들이 점점더 의미를 생성해갈 때, 그것은 모두 별다른 의미없는 표어였다. 귀납법은 연역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연역법은 귀납법을 두려워한다.

<리버 타운>을 보면 그의 마음 씀씀이와 중국인을 이해하려는 노력, 자연 풍광에서 인간의 역사를 읽으려는 인문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리버 타운>을 읽고 나면 중국인에 대해서 알기보다는 피터 헤슬리라는 미국 남자에 대해서 더 많이 안 듯한 기분이 든다. 그는 와이궈런(外國人)으로 2년을 이방인으로 살았다. 그의 중국어를 배우려는 노력은 눈물겹고 결국 2년이 되자 마음이 편안하게 되고, 2년째의 말에는 친구랄 수 있는 사람들도 생긴다. 하지만 그가 그들의 내면 속에 가까이 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돌아오기 얼마전 시장통에서 벌어진 일이 이런 일의 절정이다.

그가 왜 학생들을 모두 영어 이름으로 불렀는지 모르겠다. 중국 영어 배우는 전통일까? 어색하고 이상한 영어 이름을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는 재밌지만 푸링 시장의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으로 부르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때가 훨씬 더 생기 있어 보였다. 양쯔 강이 아니라도 중국에서의 2년이 아니라도 피터 헤슬리의 글은 아름다울 것이다. 책의 곳곳에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도 섞여 나온다. 그가 중국인들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도 문학을 통해서였다. 그곳은 잠겼을까. 양쯔강 댐 공사는 2003년에 첫 단계가 끝나고 수위가 높아진다고 한다. 무려 52.72미터. 푸링도 마찬가지다. 댐이 완공되는 2009년이면 거기서 40미터가 더 높아진다고 한다.

** 첫번째 리뷰를 쓰신 분이 지적하신 사항에 대해서 읽고 나니 항변의 기분이 든다. 1. 한자를 어떻게 읽느냐는 표기 원칙을 정하고 그대로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채택하고 있는 표기 원칙이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으며 읽으면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2. '일주일 내내 테니스 구입반대운동을 펼쳤다'라는 대목에 대해서는 앞뒤 문맥을 읽지 않은 오해라고 생각된다. 이 말은 피터 헤슬리의 조크다. 처음에 푸링에 갔을 때 중국 당국은 최고의 대우를 그들에게 약속한다. 아파트도 가장 좋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전화기와 세탁기도 사준다. 하지만 이런 구입에 대한 것은 모두 상부에서 결정한다. 당국은 일행에게 '테니스를 사주기'로 결정한다. 피터 헤슬리 또한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결정한 것인지에 대해서 어리둥절해한다. 그러므로 당국에 대해서 '테니스 구입 반대운동'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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