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상상력
anyone 2002/08/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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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상상력만으로 채워진 세계... 이 세계는 한순간 거대한 비밀 조직에 의해서 대통령이 살해되고 남성들이 권력을 장악하며 여성들의 모든 권리를 앗아간 곳이다. 원자력 발전소 등의 붕괴로 인한 방사선의 누출, 자연환경의 파괴로 인해서 세대 생산력이 낮아지고 생산력을 국가 체제 아래 통제하기 위해서 여성의 권리는 무참해진다.
여성의 측면에서 보면 '빼앗긴다'는 면에서 동일하지만 원인으로 보자면 아주 상반될 이 두 배경은 '상상력'으로 구축되면서 희한할 것이 없게 녹아든다. 다시 말하면 이 두가지가 함께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이 세계는 상상력만으로 채워져야 했다. 하지만 이 부드럽게 연잇는 세계에 구조문제를 따지는 건 싸움할 마음 없는 사람 멱살 잡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은유의 설득력은 그 상상력이 허황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곳은 사령관과 천사와 수호자와 아내와 시녀와 하녀와 눈과 아주머니와 구제자 등의 새로운 계급들로 구성되었다. 시녀는 오브프레드, 오브글렛과 같이 이름을 잃고 누구의 소유가 되었다. 남자를 중심으로 한 가부장적 사회가 복귀한 것이다. 시녀는 많은 여성 중 생산력 검사를 통하여 구제된 사람들이다. 시녀는 빨간 옷을 입는다. 치마, 속옷 모두.
그 시녀 중의 하나인 오브프레드는 불륜의 남자와 결혼을 했고, 갑자기 바뀐 체계를 벗어나려고 하다가 남자를 잃고 아이도 잃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갑작스레 바뀐 세계를 살아가는 방법으로, 무서워서 순종하며 살아간다. 그 날을 위한 그 섹스는, '쾌락을 온전히 제거한 생산'만을 위한 섹스는, 위장으로 인해 방탕한 그룹섹스의 모양과 같다. 그래서, 고개 숙인 베일 너머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그녀의 열정은 다시 살아날 줄을 모른다.
그 오브프레드의 목소리로 구술된 문체는 유머 넘치고 활력 있고 감상적이고, 어째서 그 고통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가 소리를 기어들어가게 하게끔 호소력 있다. 그녀가 세상에서 눈을 돌려 맡는 정원에서 흘러들어오는 냄새처럼. 탁월한 비유들과 아름다운 문체만으로도 걸작이다.
유토피아를 꿈꾸던 오브프레드의 어머니와 레즈비언 친구 모이라의 이야기는 이 소설이 페미니스트의 극단적 상상력임을 노출한다. 서로 적대하던 여성들 사이에서 살짝 드러나는 속살까지. 그들이 억압받는 세계를 극단적으로 노출해서 가부장적 세계의 입맛을 쓰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걸작에 걸맞는, 그리고 환상문학전집이 천명한 환상문학의 고급문학화에 걸맞는 설득력 있는 해설서와 작가에 대한 해설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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