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빨간 약
kstone 2004/01/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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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과학기술 부문 누적 베스트셀러에 에모토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있다]가 오랫동안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그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2권도 발간되어 역시 상위권에 올라있다. 정말 물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그렇게 많아서 일까, 아니면 자칭 뉴에이지 과학이 주는 환상에 끌린 것일까? 물어볼 것도 없이 후자임이 뻔하다.
서론이 길었는데, 대중 과학 분야에서 진지한 본질보다는 화려한 외양에만 눈길이 쏠리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서였다. 한마디 더 붙이자면, 그 겉모양이 본질로 오해되고 있다는 것이 더 기가 찰 노릇이다. 진실을 찾기 위해 매트릭스의 빨간 약을 먹을 필요가 있다. 여기, 진실의 책이 있다 (음… 표지는 파란색이다).
저자 필립 볼은 화학자이지만, 이 책을 물에 대한 화학만으로 한정 짓기에는 섭섭하다. 화학뿐만 아니라 물의 물리학, 지질학, 생물학에서부터 역사학, 신학 (솔직히 이 부분은 좀 지겹다), 그리고 생태학, 공학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물의 본질과 성격에 대해 언급한다. 물이라는 물질을 분석하고, 그 구성 성분인 산소와 수소로 나누어 보고, 그 분자 네트워크를 열어 젖혀보고, 심지어 우주 저편에 퍼져있는 그 존재를 찾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정수精髓는 물과 생명의 관계를 파헤친 8~9 장이다. 프롤로그에도 있지만 물을 ‘모든 생명의 자궁’으로서 격상시킨다.
허풍이 아닌 것이, 우리가 흔히 알기에 현대 분자 생물학 분야가 거의 단백질과 유전자에 대한 것이라고만 알고 있을 때, 저자는 실제 생물학이란 물과 그 속에 함께 있는 분자들의 모든 상호작용 대한 것이라고 새롭게 정의를 내리며, 결국 생물학적 구조와 과정은 오직 물의 물리화학적 성질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슨 얘기인고 하면, 방금 말한 대로 생명에는 단백질이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단백질과 세포와의 정교한 결합 상호작용이 결국 생명 유지의 기본이란 이야기인데, 바로 물이 진화의 과정에서 이 조절을 돕도록 선택되어졌다는 것이다. 특정한 방향을 가리키는 수소 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 물의 특성이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 유일한 용매가 이 행성의 2/3를 덮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경이롭지 않냐고 저자는 반문한다 (p.342).
지금까지 이야기에 어떤 환상도 허풍도 없다. 엄연한 과학적 사실과 논리에서 도출된 경외감만 있을 뿐이다. 사진 몇 장으로 얼토당토않은 썰을 풀어놓는 따위가 비길 바가 아니다. 대신 눈을 자극하는 재미는 없다. 그래서 좀 지루한 게 사실이다. 저자의 전작 [화학의 시대, 1994]에 비해 좀 까다롭기도 하다. 그렇다고 재미와 꿈만 쫓아 다녀서는 종내 무엇을 얻을 것인데? 결국 남는 것이라곤 ‘병적인 과학 [10장]’ 뿐일 것이다. 중합수(polywater), 상온 핵융합, 기억을 가진 물 (동종 요법), 그리고 ‘답을 아는 물’, 뭐 이런 것들 말이다. 뭐가 문제냐고? 네, 그냥 매트릭스의 환상 속에서 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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