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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인기를 틈타 이제 출판되었지만, 일본에서는 꽤 오래된 책이다 (1983년). 오래되었다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다. 그 후 20년간 유인 우주 비행은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오히려 그 회수가 많지 않다. 저자는 역시 그 답게 발로 쓰는 글의 진수를 보여준다. 깡통 머리만 굴려 미사여구만 나열한 잡동사니 글은 쓰레기 통에 처박을 지어라...

170만년 동안 대부분의 인류 중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 속과 마음 속을 훔쳐 다 보는 것은 자극적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이미 많이 나왔을 판에 밖은 듯한 경험담과는 괘를 달리하겠다니 더욱 솔깃하다. 그러나 솔직히, 그들이 겪었던 의식의 변화와 그 후 인생 행로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이런 것은 다치바나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찾아내서 쓸 수 있다. 다치바나만이 쓸 수 있는 우주여행의 디테일에서 오히려 심장이 벌렁거림을 느낄 수 있다.

고도와 산소 분압의 관계, 우주선 각 부분의 역할과 원리, 우주에서의 공간 개념과 시간 개념 (발사후 countdown), 지구가 손톱 크기에서 시선 좌우 양끝 크기로 커지는 데 불과 수 분밖에 걸리는 않는다는 그 속도감, 지구 궤도와 달 궤도를 이용한 우주 여행 원리, 이를 이용한 아폴로 13호의 귀환 사투, 우주 반딧불, 정체 불명의 번쩍임, 생사를 좌우하는 대기권 진입 각, 등등... 이런 리얼리티가 현실감을 더 주고 오히려 상상을 자극한다.

화려하게 채색된 지구, 우주 공간의 사진은 눈만 현혹할 뿐이다 (가시 광선 망원경은 물론이고, 우리 눈이 보지 못하는 전자기파로 찍은 사진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색채를 입히고 보정해야 한다. 좀 비약하자면 우리가 감탄하는 것은 조작된 사진일 뿐이다). 아쉬운 것은, 저자가 이런 디테일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은 점이다. 독자층을 감안한 타협이었으리라. 다치바나!!! 좀 더 밀어 붙이시지 그랬어요? 그래서 별점을 하나 깎습니다...

자, 이제 결론!!! 저자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에서는 아무런 정리도 결론도 내리지 않겠단다. 독자 스스로 느끼라는 것이지만, 내가 여기에서 ‘신’을 논하고, ‘지구 공동체의 운명’ 운운하는 것은 억지이고 꼴값이다. 나는 낯선 곳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특히나 사람이 바글거리는 곳은 질색이다 (예비군 훈련장, 휴가철 유원지, 세일중인 백화점... ). 이런 나에게 우주 여행은 짜릿한 자극을 전달한다. 뇌간이 흥분하고 아드레날린이 마구 쏟아져서 심장이 터질 듯 해진다. 이것이 내가 이 책에서 느낀 소박한 결론이다. 자이로드롭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그 순간에, 무슨 개똥철학이 필요하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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