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전 엄마가 한달동안 병원에 입원하신적이 있었다. 6인 입원실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입원을 하고 퇴원을 했다.
그 중에 자살을 시도했던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다. 저녁에 손목을 긋고 응급실로 실려오신 분이었다.
얼굴도 참 예쁘신데다가 말씀도 차분하게 잘 하셨고, 내 또래의 아들이 있다며 엄마랑 나랑 자연스럽게 대화나눴고 건강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보호자이신 할머니에 의해 우울증때문에 자살을 시도하셨다고, 처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한 순간도 옆을 벗어 날 수 없다고 잠깐사이에 세상을 져버리려 한다고 하소연하셨다. 자살을 시도하셨던 아주머니의 깊은 사연은 알 수 없었다. 무엇이 그 분을 자꾸 이세상에서 밀어내는지...그저 우울증이 참 무섭구나 라고 우리 모녀는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분은 곧 신경정신과가 있는 다른 병원으로 이동을 하셨다.
직접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본게 그 분이 처음이여서 그런건지 아주 가끔 문득 떠오를때가 있었는데 『살아만 있어줘』를 읽는 순간 또 그분이 떠올랐고, 그 분이 가족들과 평범하게 잘 살고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굴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 은재, 엄마를 떠나보내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해나.
오랜 세월 혈육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내온 그들이 만난다.
20년 만의 해후를 축복하기에는 실의와 좌절에 빠져 보낸 시간이 너무나 길다.
은재는 중년의 말기 암 환자, 해나는 자살만이 해결책이라 여기는 스무살.
그들이 절망으로 뒤덮인 어두운 그림자를 거두어내고 새 픠망의 싹을 틔워나가는 가슴 시린 이야기.
『살아만 있어줘 책 표지 뒷면 中』
중고등학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작가를 꼽자면, 김하인씨와 조창인씨였다. 비극적인 결말이 좋아서 그분들의 소설을 정말 광적으로 출간되는 족족 읽었을 뿐만아니라 사다 모았고, 날새가면서 봤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정말 좋아했다.
청소년기를 지나오고 다시 잡은 조창인씨의 소설은 말그대로 진부하다.
내가 더 이상 감수성이 풍부했던 어린 소녀를 지나 와서 사회에 찌든 이유도 있겠지만, 『살아만 있어줘』는 지금까지 읽어왔던 조창인씨의 소설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심 주인공 두 사람의 시점과 과거를 오고가는가시고기나 등대지기 길 등의 소설 형식들을 비슷하게 거의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열열한 두남녀의 사랑과 아버지의 사랑!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스토리들 뿐이다.
하지만 알고 있음에도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는게 그의 소설의 매력인듯하다.
어렸을때는 감성에 치우쳐서 그냥 막 글을 읽었다면, 지금은 참 예쁜 단어와 문장들이 만나서 책 한권을 이루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오랜만에 소설에 이렇게 많은 공감가는 문장들을 만났다.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해나'라는 주인공이 보는 현실은 우리 젊은이들이 보고 있는 현실과 너무 똑 떨어져서 그 외로움을 나도 모르 게 공감하고 있었던 듯싶다. 그래서 문장 하나 하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공감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진부한 소설이라고 말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였다. 가끔은 일상과 현실에 찌든 나에게 풍부한 감수성있는 글도 필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였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도 조창인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읽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