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의 서사
1.
울 엄마는 왜 안 죽지?
언제 죽을까, 울 엄마는?
과연 죽기는 하는 걸까?
2.
6월처럼 더운 5월의 어느 날
만발한 아카시 찔레꽃 향내는 예년 같지 않아도
짙은 초록빛에 까칠한 솜털을 입은 호박잎만은 너무 탐스러워
몇 장은 찌고 나머지는 햇감자와 함께 된장국을 끓였다.
보리밥 한 숟가락과 우렁이 쌈장 품은 호박잎,
살가운 까칠함과, 입안에서 제각기 따로 놀면서도
혓바닥에 착착 감기며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는,
이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맛.
구수하고 심심한 울 엄마 된장국 한 숟가락과
은은한 햇감자의 맛, 내 어릴 적 먹던 그 맛.
우리는 이 맛에 산다. 호박잎과 햇감자도
이 빛과 흙과 물, 제철 맛에 산다.
3.
기어코 백 살을 찍은 울 엄마,
요양병원과 집을 걸어서, 때론 자전거로 오가고
동네 장난꾸러기들에게 훈수 두는 재미로 산다.
의사마저 존경하지, 이토록 기적 같은 생명 현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