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헤어보니 벌써 20년전의 일이다.
우리 복실이.. 잡종견이었지만 참 똑똑하고 예뻤던 흰둥이..
우리집에 있던 개들은 거의 이름이 복실이었다. 엄마가 처음 "복실아~" 하고 부르시면 그걸로 끝~ 복실이가 되었다.
나랑 찍은 사진이 아직 남았있는 복실이는 정말 우리가족의 사랑을 많이 받았었다.
그런 복실이를 어떤 자전거 탄 아저씨가 훔쳐가버리고, 이틀을 찾아헤매시던 엄마는 끝내 눈물을 보이시고 말았다.
난 그 후로 개들에게 어느 정도 이상의 마음은 주지 않는다. 좀 덜 쳐다보고, 덜 어루만져주고.. 개는 그냥 집 지키는 동물일 뿐 그 이상 귀여워하지 않는다. 어린 마음에 말 못하는 동물과 뜻하지 않은 이별은 참 많이 아팠었다.
<린나>를 받아들고 덜컥 겁이 났다. 미리 마지막 부분을 들춰봐야 이 책을 읽을수 있을것 같았다. 그 마지막이 이별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린나>는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을 연구하고 , 서강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신 이상일 신부가 낙향하여 같이 살고 있는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종의 개다.
"기쁨의 탄성 또는 환성" 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를 이름으로 가진 린나는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인사말이 된다고 한다.
"굿모닝, 린나~"
책만 보고는 린나와 함께 하루하루 사는 얘기를 쓴 책인줄 알았는데.. 왠걸 내 예상은 그냥 슝~ 빗나가버렸다.
린나의 행동이나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들려주고 그와 관려하여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형식의 이 책은, 이상일 신부의 해박한 지식과 연륜이 묻어나 심오하기 까지 하다. 한편씩 읽으면서 그 밑에 나의 일기를 이어써야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나름 쉽고 유쾌하게 린나의 행동을 엿볼게 될줄 알았는데..
아름다운 사랑은
용감한 사람이 차지하지만
행복한 삶은
이겨도 지는 사람의 몫이다 - 132쪽
나도 이젠 조금은 놓아주고 져주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느껴봐야겠다.
시간이 지나서 린나와 그의 친구들 귀여운 사진과 그들의 일상을 만나게 되는 가벼운 만남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