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신임과장 교육을 받을 때였다.
모든 피교육생들이 그렇듯이
졸음과 사투를 벌이거나 또는 졸음에 순응하며 오전 교육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별 내용 없는 농담 따먹기 및 강의, 반찬 등을 품평하다가 책 얘기가 나왔다.
그 순간... 오전 내내 밀려오던 졸음이 확~달아났다.
내 앞에 앉아 묵묵히 젓가락질을 하던 카피라이터 A가
몇 달 전 책을 낸 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장인 기획력 향상 프로젝트>라는 부제(요즘 책들은 부제를 봐야 주제를 알 수 있다.)로
첫 번째 책을 낸 카피라이터 A와
당시 책을 내겠다는 계획을(계획만!) 갖고 있었던 나는
눈을 반짝이며, 침까지 튀겨 가며, 책 얘기를 했다.
그 때 A는 내게 꼭 책을 내라고 했다.
책을 낸다는 자체만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다며!
3박 4일간의 합숙 교육을 마치고 출근했을 때,
A에게 택배가 왔다.
자신의 첫번 째 책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여행서 한 권이
수줍게 들어 있었다.
아마도...쪽지에는 이렇게 써 있었던 것 같다.
"글 쓰시는 분에게 책을 보내려니 쑥스럽네요.
성과장님도 책 나오면 보내 주세요. 홧팅!"
난 고맙다고 감사 메일을 보내며,
언젠가 책이 나오면 꼬~옥 보내겠다고 약속을 했다.
오늘로... 책이 나온 지 딱 1달이 됐다.
초판 1쇄 발행이 2월 27일이니까!
(3월 14일에 2쇄가 발행됐다.)
그런데.... 그 1달 동안 A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요즘 정신 없다 보니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아까... 특별한 연상 작용 없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내일, 아니 지금으로부터 몇 시간 후, 출근하면 책을 보내야지!
요즘 회계를 배우고 있다.
매주 마다 퀴즈 보고.... 난리가 아니다.
구린 표현으로... 호떡집에 불난 것 같다.
30대 중반의 꽃피는 봄에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고 있을 줄이야!
자산 = 자본 + 부채
부채의 감소는 차변.
부채의 증가는 대변.
약속을 남발하고 지키지 못하면 다 마음속의 부채로 남는다. 부채의 증가는 대변!
내일 A에게 책을 보내면 부채가 약간이나마 감소하겠지... 부채의 감소는 차변! 음하하
A가 회사를 옮기지 않았기를!
(주소가 바뀌었다면 택배를 보낼 수 없으니...)
2년 전,
책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다며 마구 나를 "stimulate"해 주었던
(영어 쓰는 거 재수 없지만.... 딱 와 닿는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격려"도 어색하고.... "고무"는... 더 어색하다. ㅋㅋ)
A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소록소록.
내일 꼭 책을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