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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un's Library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연히 들은 노래 한 곡에 필이 확~꽂혀서,
도대체 이 엄청난 가창력... 누구지? 하며
mp3를 다운 받는 대신 비싼 CD를 샀는데
노래들이 다 고만고만, 비슷비슷해서 실망했던 적이.

정이현의 두번째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

문학상 수상집들을 통해
이미 <삼풍 백화점>, <위험한 독신녀>,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었다.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기 전까지
사실 정이현을 무시했었다.

별다른 문제의식이나 고민 없이
그저 "튀는데" 올인하는 것 같아,
작품들을 통해 "스타일"을 형성시켜 가는 게 아니라,
드라마 기획의도처럼 스타일을 규정시켜 놓고
작위적으로 작품을 쓰는 것 같아 불쾌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고 정이현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새삼 깨닫기도 했다. 작가는 진화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두번째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은
단편 10편이 하나 같이 너무나 비슷하다.

10개의 단편을 계간 문학지들을 통해
한편 한편 띄엄띄엄 읽었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이렇게 비슷비슷한 단편 10개를 한꺼번에 몰아 읽으니
삶은 계란 10개를 연거푸 먹은 것 같기도 하고,
달디 단 던킨 도너츠 10개를 한꺼 번에 먹고
한동안 설탕 들어간 음식만 봐도 질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 질린다.

한편 한편 보면 참신하지만,
트로트 메들리도 아니고
참치 김밥, 치즈 김밥, 소고기 김밥...
재료만 좀 다르고 맛이 똑 같은 김밥 10종류를
한꺼번에 먹으라고 들이대다니!

"미스테리" 기법을 쓰는 것도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을 때나 참신했지,
<오늘의 거짓말>, <그 남자의 리허설>, <익명의 당신에게>
싹~ 다 그렇게 쓰면 더 이상 미스테리가 아니라 재미 없는 트릭,
<위험한 독신녀>처럼 스프레이 독하게 뿌린 유행 지난 앞머리!

정이현은 "중산층"의 일상을 포착하는
몇 안되는, 재기 넘치는 작가로 인정 받고 있다.

그런데... 너무 그 물에서만 놀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특장점은 어느 순간 함정이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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