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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노볼 (양장)
- 박소영
- 13,320원 (10%↓
740) - 2020-10-23
: 821
평균 기온 영하 41도의 극심한 추위 속, 선택받은 자들만이 살아가는 스노볼. 스노볼의 주민들은 그 곳에 사는 대가로 ‘액터’로 살아간다. 디렉터들은 스노볼의 ‘액터’들의 생활을 촬영, 편집, 방송할 수 있으며 액터들을 기용하거나 스노볼에서 방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바깥 세상에서 스노볼의 디렉터가 되길 꿈꾸는 주인공 ‘전초밤’은 발전소에서 일을 하고, 어느 날 존경하는 디렉터 ‘차설’에게 제안을 받는다. 인기 최고 액터로 꼽히며 최연소 기상캐스터로 발탁된 ‘고해리’의 대역을 1년간 맡아달라는 것. 그러면서 대역 역할이 끝나면 디렉터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차설’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고해리의 대역으로 스노볼로 향한다. 스노볼에서 생기는 여러 사건들과 여러 의문점을 통해 하나 씩 진실을 찾아 간다.
이 책을 받았을 때, 이 소설이 어떤 류의 소설인지 생각해보았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진짜 나로 살아가길 원하는 모든 이를 위한 소설’이라는 문구에 힐링소설인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아니었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에 손을 넣을 수 없을 만큼 몰입감이 강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굳이 억지로 상상하려 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엔 장면들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스노볼에서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 그리고 주변 인들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살아남으려 연기를 벌이는 주인공의 모습에 숨이 막혔다. 또한 후반부 방송국에서 진실을 알리는 주인공 외 3명(신시내, 명소명, 차설)의 모습은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질만큼 시원하기도 했다.
읽으면서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동경하는 대상은, 환상에 국한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24시간 중, 자연스러운 자기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10분 밖에 되지 않는 사실이 숨막히게 느껴졌다. (테이프를 갈아끼우는 시간) 10분이 지나기 전, 다시 되돌아와 하던 것을 해야한다는 것도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 인생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느껴졌다. 사실 엄연한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사회생활에서도 온전히 나 자신으로 있을 순 없다. 어디까지나 직장에서는 ‘직장인으로서의 나’이고, 집에 돌아와서도 각각의 역할에 의해 활동하고 규정된다. 이를 테면 ‘엄마로서의 나’, 혹은 ‘배우자로서의 나’로 규정되어진다. 역할극에 충실한 모습은 스노볼에 사는 액터들과 별 다를게 없다고 생각된다.
‘나의 이름 석자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 이것이 주인공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며,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눈에 보여지는 것들 만을 생각하며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방황한다. 그런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걸맞는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른이라는 작자들이 말하는 옭고 그름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무엇이든 너희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게 중요해.” (극 중 ‘차설’의 대사)
“당신들은 신이 아니에요,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대단하지 않다고요. 당신들은 남에게 고통을 줘서도 안 되고, 당신들이 누군가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착각도 제발 버려요. 그건 당신들이 남의 영혼을 제멋대로 휘저을 핑계밖에 되지 않으니까.”
(극중 ‘명소명’의 대사)
내일의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허상을 흉내 낼 필요도, 나의 존재를 숨길 필요도 없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내일의 다음 날도, 그다음 날의 또 다음 날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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