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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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걸음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딸을 위해 이 책을 샀다. 올해 들어서 청소년이 볼만한 소설을 고른 것이 <하이킹 걸즈> <완득이> <열일곱살의 털>그리고 <스프링 벅>이다. 모두 추천할만한 책이다. <초정리 편지>를 참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배유안 작가님이 쓴 이 책을 선뜻 골랐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부모로서 아이들을 떠밀지는 말자, 떠밀어서 엎어지면 아이들의 꿈도, 내 꿈도 무너지고 말거라는 생각을 되뇌어보았다. 때론 나 역시 때때로 미숙한 어른이라는 반성도 해보게 된다.

 사실 아이들은 아이들 스스로 자생할 수 있다. 어른들이 정원수처럼 재단하지 않고, 분재처럼 꼭꼭 싸매지 않아도 아이들은 꿈을 꾸고, 나이에 걸맞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늘 부모의 맹목적이면서도 어긋난 사랑, 그리고 갈팡질팡하는 교육정책, 성적 우월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치려고 하는 우리 사회 구조의 모순 등이 그물처럼 아이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제약하고야 만다.

 등장인물들인 동준, 예슬, 성준, 창제, 민구. 모두 각자 고민이 있고 아픔이 있지만 그걸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 속에 있다. 고뇌하지 않고 젊은 시절을 보내버리고 만다면 그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 실패를 경험해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다가올 미래에 주눅 들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대처할 수 있는 힘도 거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성준이 엄마는 아들의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아들을 스프링 벅처럼 낭떠러지 밑으로 떠밀어버린 셈이다. 설령 성준이가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성준이의 미래는 허상이다.

 책을 보는 내내 우리네 암울한 교육현실에 분개하게 된다. 순위만 중요한 교육, 돈이 있어야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받는 현실, 그보다도 아이들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획일화된 교육이 지속되는 한 우리나라의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체험과 충분한 휴식과 수면, 꾸준히 책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만 드넓은 초원에서 맹목적으로 달리지 않고 여유있게 풀을 뜯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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