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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첫 태양
  • 식물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 이유리
  • 16,200원 (10%900)
  • 2026-07-08
  • : 1,170

#식물이내게가르쳐준것들 #이유리 #청림출판 #식물 #식집사 #에세이 #인문교양 @chungrim.official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독서 동기

 

[나무 수업]과 [빛을 먹는 존재들]을 통해 식물들의 생에 경외감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본서도 인간보다 경이로우면서도 오랜 그들의 생의 방식에서 삶의 위안과 답을 헤아려볼 기회 같아 선뜻 다가섰다.

 

+ 저작 빛깔

 

저작의 취지가 좋아 선택한 책이다. 에세이는 잘 읽지 않지만 본서처럼 깊게 다가오는 에세이도 있어 아주 간혹 읽기도 한다. 본서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저자가 자신의 연구 분야인 식물과 자신의 삶을 비추어 공감 가는 에세이로 풀어낸 책이다.

 

식물의 삶을 그린 감동적인 저작들은 더러 있지만 자신의 삶을 투영한 에세이로 쓰여진 책은 그리 많지는 않지 싶다. 인문 교양서를 탐독하는 분들과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 모두가 좋아할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본서의 많은 소주제들을 모두 언급할 수는 없겠고 리뷰어 본인이 크게 공감한 대목은 맹그로브가 바다의 짠맛도 이겨내며 바다와 육지 사이 늪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염분을 덜어내고 숨구멍을 마련하기 위해 뿌리를 늪지 위로 조금씩 올려 내며 자라는 이야기를 담은 부분이다. 이 사례를 소개하고 저자는 “때로는 단 하나의 숨구멍이면 충분하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숨을 틔워주는 작은 틈 하나, 그 틈이 있어 우리는 버티고, 살아내고, 다시 걸어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라며 감상을 정리해준다. “나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가?”란 저자의 말이 깊게 다가오기도 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내가 만든 숨구멍 하나가 누군가에게도 숨 쉴 틈이 되어주기를” 바랄 수 있을 만큼 버텨낼 수 있게 되면 좋겠단 생각도 들었다.

 

저자의 연구실에서는 식물의 빠른 성장을 유도하려고 24시간 빛을 쬐는 조건을 설정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 기대만큼 자라지 않거나, 잎이 얇고 약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잎이 괴사하며 죽기도 한다고 한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경우도 병의 저항성이 약해지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고 말이다. 저자는 “쉼 없는 성장이 오히려 식물을 더 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과거 나의 경우도 쉬지 않고 무예 수련과 내공 수련으로 전혀 쉴틈 없이 빠듯하게 일정을 보낼 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면역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오히려 저항력과 피부 상태 등도 나빠지는 걸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수행의 경계에서 어떤 이들은 괴로움이 성장을 가속시킨다고 말하는데 쉼 없는 고통과 괴로움이 이어질 때 인간은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니체인가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성장시킨다”고 했다는데, 괴로움이 과다해 사람은 미치기도 하고 자살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일본군 종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중에는 아직도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지나가는 걸 먼발치에서 보기만 해도 놀라 달아나는 할머니가 있기도 했다. 괴로움은 성장의 매개로 삼기에는 받아들이는 경중이 사람에 따라 세월에 따라 다르기도 할 것이다. 카라의 멤버 중 허영지 양을 뽑게 된 베이비 카라 오디션에서 탈락한 멤버의 자살 사건도 있다. 목숨까지 걸고 쉼 없이 뛰어드는 그 당시에는 스스로가 멋져 보일 수도 있고 절박함도 전해지기는 하지만 진짜 목숨을 걸고 자살까지 하기보다는 복안을 여러 개 마련해 두는 게 좋지 않은가 싶다.

 

식물도 뿌리가 타격을 입으면 뿌리 생장을 멈추고 지상부의 새잎을 내는 과정을 중단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모든 에너지를 방어에 쏟기 위해서로 보고 있다. 반대로 물에 잠기면 식물은 줄기를 빠르게 키워 수면 밖으로 벗어난다고 한다. “식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가늠하며, 성장과 속도를 늦추거나 높이며 그 순간을 살아낸다.” 저자는 “성장과 방어는 선택의 기로가 아니라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방어라니까 심리학 용어 같기도 한데, 잠시 물러날 때로 본다면 우리는 자신의 확신을 때때로 잠시 물려 보는 경우도 가져야 하지 않나 싶다. 이것 아니면 죽음이라는 고집이 때때로 진짜 자기나 타인의 죽음을 불러오는 경우를 볼 때 숨을 고르는 순간은 왜 없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언급한 핀란드의 갭이어(Gap Year)라는 제도는 고교 졸업 후 1년 동안 여행이나 인턴십을 하며 진로 탐색을 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런 시간을 우리는 왜 갖지 못하고 있나 싶기도 했다.

 

때때로 바다나 산이나 들판으로 떠나기도 하고 책 속으로 몰입해 보는 것도 또 자신이 좋아했지만 가까이 못 했던 일들을 이어가 보는 것도 삶의 주기에 텀을 두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본서는 이런 식물과 저자의 감상 그리고 저자의 삶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기는 책이다. 여름의 쉼을 이 책과 함께 하는 것도 괜찮은 휴식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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