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먹는존재들 #조이슐랭거 #생각의힘 #식물지능 #과학 #논픽션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원문 제목은 [The Light Eaters: How the Unseen World of Plant Intelligence Offers a New Understanding of Life on Earth]이다. 한국어 부제는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에 파고드는 식물지능의 경이로운 세계]이다. 본서가 식물지능이 주제인 책이라는 걸 명백히 제목에서부터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중고딩 시절에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책을 읽고 식물이 지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감정도 더 나아가 영성도 있을 거라 확신했었던 기억이 있다. 본서에서 저자는 이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된 책의 원전이 서양에서도 논란이 되었었고 이에서 등장한 실험들을 재현하려던 과학자들 모두가 재현에 실패하며 식물의 지능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지원금이 중단되었었다는 과거를 언급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식물은 지능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과학자들이 대세가 되었으나 다시 세월이 흐르며 여러 연구들을 통해 식물 지능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고 한다.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책의 실험들은 재현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후속 연구들을 통해 지능을 활용해 생존해 나가고 있는 식물의 생태를 연구하며 식물에게 지능이 있다는 걸 과학자들은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본서에서는 페터 볼레벤의 [나무 수업]에서 본 식물의 생태들이 많이 묘사되고 있다. [나무 수업]이 굉장히 감동적인 여운을 주는 에세이였다면 본서는 그 책에서 등장하는 식물들의 생태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식물에게도 인간과 동물들이 갖추고 있는 것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신경체계라고 할 수 있을 전기전달 체계가 존재하며 인간과 같은 신경 호르몬 성분을 분비하고 있기도 하다고 한다. 어느 과학자들은 식물에게는 뇌가 없다며 지능이 있다고 가정하는 자체를 난센스 취급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문어가 전신에 뉴런을 분포하며 온몸이 뇌와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을 예로 들며 뇌와 같은 신경체계가 아니더라도 지능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곤충들이나 동물들이 과도하게 잎을 갉아 먹을 때는 페로몬을 통해 같은 종의 다른 식물들에게 소식을 전달해서 다른 식물들이 독성물질을 분비하게 하기도 하고 같은 종의 식물들이 좀 더 빛을 받고 광합성하도록 배려하여 자신의 가지를 옮기기도 하고 태양을 좀 더 받기 위해 꽃과 잎을 아침 태양을 받기 몇 시간 전부터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돌리기도 하며 식물마다 다양한 소리를 전달하기도 하고 뿌리를 통해 전기를 전달하여 정보를 교류하기도 한다. 지능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다채로운 생태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식물이라는 것이다.
또 식물의 성장은 인간의 성장 속도보다 월등하다. 다만 뿌리나 가지의 움직임이 인간이 지각하는 속도보다 느려 식물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사람의 감각으로 지각 못하는 것뿐이지 식물은 생각하고 반응하는 존재라는 것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존재한다는 것의 기준을 인간만을 중심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화두를 주기도 하는 책이다.
본서의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산림을 관찰하며 얻은 식물의 생태적 특성을 주제로 한 [나무 수업]과 같은 감동에 더해 과학적 성과를 결합한 구조라 더욱 대중을 사로잡았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주제 자체가 신선한 충격을 줄 만하기도 하고 주제를 서술하는데 과학적 근거가 더해져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 대중의 사랑을 받지 않나 싶다.
출판사 리뷰와 책 소개에 충분히 소개되고 있듯 본서는 뉴욕공립도서관 2024년 최고의 책, 아마존 2024년 최고의 논픽션, [뉴요커] 등 10여 개 언론사 2024년 올해의 책,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타임] 선정 2024년 10대 논픽션 중 유일한 과학 도서 등 화려하고 무게있는 평가를 받고 있는 책이다.
조이 슐랭거라는 본서의 작가는 과학 환경 전문기자라고 하는데 보도가 아닌 도서로는 본서가 첫 출간이었다고 한다. 첫 책으로 이 정도의 평과 사랑을 받는다는 게 참 대단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만큼 본서의 주제가 대중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간만이 동물만이 지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생각하고 느끼고 여운을 갖는다. 우리는 모두 살아있다.”라는 감상과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