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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첫 태양
  • 은하철도의 밤
  • 미야자와 겐지
  • 9,900원 (10%550)
  • 2025-08-21
  • : 45

미야자와 겐지 상의 작품은 [비에도 지지 않고]만을 과거에 읽어본 적이 있을 뿐이고 그 또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터라 본서가 미야자와 겐지 소설에 대한 첫인상과 같았습니다. 그는 대지와 별들을 문학으로 잇겠다며 소설을 쓴 아동문학가라고 합니다. 내가 경험한 그의 작품은 [비에도 지지 않고] 외에는 [은하철도의 밤], [첼로 연주자 고슈], [주문이 많은 요리점]까지 본서에 담긴 이 세 가지뿐이에요.

 

[은하철도의 밤]은 아버지가 떠나고 아픈 어머니 함께 살고 있는 조반니와 그의 다정한 친구 캄파넬라의 은하철도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소설집에 담긴 소설들 모두가 판타지적이지만 [은하철도의 밤]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몽환적인 분위기입니다. 캄파넬라의 마지막은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오르기도 했고 판타지와 몽환적 이야기의 끝은 왜 이리 모두 안타까울까 싶기도 했습니다.

 

[첼로 연주자 고슈]는 본서의 이야기들 중 가장 끌리는 이야기이기도 했는데 아마도 동화에서 제가 기대하는 이야기가 이런 재치와 성장이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무협지도 신필 김용의 그 주인공 성장형 스토리를 가장 좋아하거든요. 뭐랄까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이야기들보다는 주인공이 성장하는 이야기들이 끌리는 데, 본서의 이 이야기도 짧으면서도 내외적 성장이 그려내어진 이야기라고 느껴져 깊이 다가왔습니다. 줄거리는 애초에 짧은 이야기이다 보니 스포일러 해 버리면 남는 게 없기에 생략합니다. 연주 단원인 첼로 연주자의 꿈결 같은 이야기 속의 성장이라고 해두면 딱 좋겠네요.

 

[주문이 많은 요리점]은 이건 100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로는 배경 말고는 너무 현대적인 빛깔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재도 소재를 풀어가는 형식도 현대의 동화 작가들의 아이디어 같아요. 저도 창작을 나름 취미 삼아 하고 있는데 이런 기발하면서도 수려한 이야기는 제가 쓴 이야기들로는 상대가 안 될 것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미야자와 겐지 상의 창작 방식에서 영감을 받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에서 느껴진 건 일상과 자연과 판타지가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었어요. 또 이야기 속에 배어 흐르는 포근함이 남다르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가난한 이들의 고달픔과 애환을 먼저 생각하던 미야자와 겐지라는 인물의 따스한 마음이 작품들 자체에서도 깊이 남아 전해지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는 한국인에게 윤동주의 [서시]가 그렇듯 일본인 누구나가 알고 있는 시라는데요. 아사히 신문에서 그를 일본의 지난 1천 년간 최고의 문인으로 선정했던데 그가 그만큼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의 타고난 천성이 그대로 그의 문학에 아로새겨져서이지 않은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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