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뇌 #애덤지먼 #The_Shape_of_Things_Unseen #A_New_Science_of_Imagination
#흐름출판 @nextwave_pub 으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액서터 대학 의대 교수이자 신경과학자로 의식, 기억, 심상의 신경 기제를 30여 년 동안 연구해 왔다고 한다. 2003년 수술 후 이미지를 상상하는 능력을 상실한 환자를 치료하면서 이 책에서도 언급된 아판타시아인(상상하는 힘을 잃었거나 애초에 없는 사람)과 하이퍼판타시아인(상상하는 힘이 극도로 강한 사람)에 대한 연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유년 시절부터 눈앞에 없는 대상을 실제 그대로 그려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며 타인들은 내가 눈앞에 그린 영상을 보지 못하고 그걸 표현하면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걸 눈치채고는 다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허공에 그려낸 영상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현실이란 것은 공유됨으로써 실재성을 인정받는 것이고 사람들이 감각할 수 없고 실재한다고 다수가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다수의 왕따가 시작될 수 있다. 어린 시절 이미 이걸 눈치채고 나로서는 내가 이미지화해내는 대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때 나는 모든 현실이 서로 다 공유하는 것은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로 또한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경로로 현실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로 창조하는 현실은 실제에 영향을 미치는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만들어진 현실이 되기도 하고 시, 소설, 극 등의 문학이나 극문학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창조되는 현실은 가볍게는 몽상이나 백일몽이겠으나 심각하면 환각, 망상, 편집증, 히스테리 등 이상 심리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은 이렇게 다른 현실을 자의에 의해서든 자의와는 다른 과정을 통해서는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여기까지 서술한 현실이란 말을 정의하자면 실제라는 것이 공유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현실은 공유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공유되지 않는 감각적 대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공유되지 않지만 감각되는 대상 즉 현실은 어떻게 창조되거나 현현되는 것일까? 우리는 그러한 현실 창조를 가져오는 힘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력은 앞서 말했듯 자의적(자신의 의지로)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은 대부분 상상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미지든 감각이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든 연상 자체가 불가능한 아타락시아인이라는 부류가 있고 모든 걸 실제에 가깝거나 원활하게 떠올리는 하이퍼판타시아인이 있다. 그리고 그사이에 대부분에 사람들은 적절한 수위의 상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류 대부분에게 상상력은 자신의 속성인 것이다. [사피엔스]에서의 유발 하라리의 말을 빌리자면 상상하는 힘이 문화와 문명을 만들었다. 그리고 본서의 저자도 이 시대 뇌과학자들과 신경의학자들도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이 아니라 현재(현실)을 인지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예측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 중 더욱 현실성 있는 가능성을 예측하고 판단해내는 과정이 현재(현실) 인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재 예측은 결국 인간은 상상하는 힘으로 미래만이 아니라 현재도 인식한다는 말인 것이다. 상상한다는 것은 문명과 문화 같은 거대 규모와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사소한 규모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어쩌면 모든 사안을 고려할 때 세상이란 건 상상이 전부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시대의 양자역학과 우주과학은 우주가 하나의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정을 학문적으로 구축하고 있고 이것이 절대적인 진리로 전파되기 직전인 상황이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우주도 세상도 하나의 상상 속 세계라고 주장한다니 일부 과학자들의 정신에 대해 정신과적으로 참 진단하기 쉬운 결론에 이르고 있지 않나?
본서는 신경과학에 입각해 서술하는 바의 근거를 제시하며 일상부터 스포츠맨과 예술가의 상상 훈련, 음악과 미술과 문학 예술가들의 창의성 그리고 히스테리 등 의학적인 대목 더 나아가 인류사적인 발전에서까지 상상한다는 것의 여정과 그 힘을 형상화하고 있다.
상상하는 존재로서의 인류 그리고 그 인류의 정신과 뇌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만한 책이고 그 궁금함을 지적 재미로 채워줄 수 있을 책이지 않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