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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첫 태양
  • 더블스피크
  • 윌리엄 러츠
  • 21,600원 (10%1,200)
  • 2025-09-01
  • : 2,035

#우주서평단 #더블스피크 #교양인 #윌리엄러츠 #사회학일반

 

[더블스피크]는 제목대로 ‘이중화법’에 대한 책이다. 본서는 긴 집필기간 보다 더한 10년의 조사 끝에 집필한 책으로 1989년 초판이 출간되었으며 개정증보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본서에서 예로 든 몇몇 사례는 1980 연대의 사례들도 남아있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와 군부 또 언론의 모호하고 호도되기 쉬운 전문용어와 관료주의적 화법은 그 시대부터 지금까지 더해지면 더해졌지 나아졌다고 할 부분은 없기에 이 시절에도 충분히 유익하다 싶은 관점이고 정보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영문학자로서 언론과 관료들, 군의 화법 그리고 기업의 광고들이 주는 모호성과 왜곡되는 화법들에 주목하여 본서를 집필한 동기를 갖게 된 것 같다. 저자는 상반되는 뜻을 모두 내포하는 이중사고에서 화법에서도 그러한 빛깔이 짙은 화법을 이중화법으로 정의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이중적 화법을 장기간 관찰하고 수집하고 분석하였고 그 분석의 결과를 이 책에 담고 있다.

 

저자는 이중화법의 문제성을 조지 오웰의 말을 빌려 설명하는데 오웰은 “정치의 언어는... 거짓말을 진실처럼 들리게 만들고, 살인을 존경할 만한 행동으로 만들며, 순전한 풍문을 확실한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정치의 언어’를 ‘이중화법’으로 치환하면 오웰의 말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는 데 가진 문제의식일 것이다.

 

저자는 이중화법을 4가지로 분류했다. 일상에서 쓰이며 표현을 순화하거나 상대의 감정적 동요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완곡어법’을 첫 번째 이중화법으로 들고 있다. 사망하셨다나 죽었다가 아닌 “돌아가셨다”는 표현으로 순화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완곡어법의 사례다. 두 번째는 ‘전문용어’다. 소속 집단 성원 사이에 서로 분명하고 효율적이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제삼자에게는 종종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며 뻔한 말을 권위적이고 가식적인 말처럼 여겨지게 만든다. 세 번째는 ‘난해한 관료적 어법’을 이른다. 모호하고 왜곡하는 경제 관료나 정치 관료의 말이 이해하기 쉽다는 사람은 관련자와 그 연구자들 뿐이지 않은가 싶다. 네 번째는 ‘부풀리기’인데 이는 관료들이나 군부에서도 사용되는 어법도 포함된다. 저자는 부풀리기의 사례로 크라이슬러가 3천 명을 정리해고할 거라는 말을 “경력 대안 향상 프로그램을 개시한다”고 발표한 것을 들고 있다. 그리고 미 군부가 먼저 공격하는 것을 “선제 반격”한다고 용어를 의미 파악하기 모호하게 사용하는 예를 들기도 했다. 1983년 미군이 그레나다 침공을 감행하면서 먼저 침공하며 개전을 하면서도 “구출 작전”이라고 선언한 것도 대표적인 이중화법의 예로 등장한다. 의료계에서는 환자가 사망하면 “부정적 환자 치료의 결과”라고 했다고 한다.

 

본서를 통해 이중화법의 심각성을 느낀 대목은 기업들 특히 식품회사의 제품 명명도 그랬고 정부와 언론의 통계 사례들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난해한 관료 어법’의 왜곡과 호도는 폐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로도 다 표현 안 될 수위라고 느껴졌다. 위에서 예를 든 미 군부의 “선제 타격”이나 “구출 작전”이란 표현 외에도 “부수적 피해”라는 전투 중 민간인 인명 피해를 이르는 표현들도 그랬고 적을 죽이는 것을 “서비스 제공”이라고 하는 것은 소름 끼치기도 했다. 현대에 미국 FEMA 수용시설에서 임시관을 쌓아놓은 것 또한 저자가 언급한 “알루미늄 이동 컨테이너”라는 표현을 조금 틀어서 “플라스틱 이동 컨테이너”라고 하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관료 어법의 폐해로 인식된 것은 미국 정부가 이란에 비밀리에 무기를 제공했던 사실이 드러난 레이건 대통령 당시, 1986년 ~1987년 사이 레이건 대통령의 대응이었다. 이란은 미국과 포로와 무기 교환을 했다고 하는데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다가 1987년 3월 4일에 “이란에 대한 전략적 개방으로 시작된 일이 실행 과정에서 무기와 인질의 교환으로 변질됐습니다.”라고 시인했지만 이후 3월 9일에 “변질되었다는 점에서는 정책에 결함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납치범과 어떤 것을 교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애초에 ‘전략적 개방’이라는 이중화법을 사용하였으나 ‘무기와 인질 교환으로 변질되었다’는 점은 인정하는 듯했으나 3월 9일 바로 ‘정책에 결함이 있었을 수 있다’는 모호한 이중화법과 함께 ‘납치범과 교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중화법으로 왜곡하기 시작했다. 5월 15일에는 “사실 저는 자유의 투사들을 지원하는 문제에 관한 결정에 확실히 관여했습니다. 처음부터 제 구상이었으니까요.”라며 이란의 반군을 투사로 표현하고 “관여”라는 모호한 이중화법으로 상황을 왜곡했다. 관여했다는 것은 관계는 있지만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기 딱 좋은 이중화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6월 11일 “글쎄요. 제가 그런 명령을 내린 건 아닙니다. 그곳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제게 묻거나 말해주지 않았으니까요.”라고 사실 부정을 시전했다. 대통령에게 말해주지도 않는 주요 기밀 정보가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이런 사건을 알았다가 몰랐던 게 되는 상황 자체도 놀랍기 그지없다. 7월 15일이 되자 레이건 대통령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자신은 반군에게 자금을 돌리는 문제에 관해 들어본 적도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행태가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옛 기록으로 새삼 깨닫게 되었고 이러한 모호하고 호도하는 이중화법들로 대중을 기만하고 선동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으며 대중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헤아리게도 되는 사례였다.

 

이중화법은 이해하기 난해하여 접근할 엄두를 내기 힘들게 하며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게 하고 사실과 거짓을 판단하기 쉽지 않게 하는 호도하고 왜곡하는 관계로 더더욱 이중화법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함으로써 이중화법이 등장하는 경우 좀 더 주의 깊게 분석하고 인식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 시절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중화법에 대해 상식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gyoyanginbooks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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