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괴물사기극 #이산화 #최재훈그림 #갈매나무 #서평단 #1주차 #도서협찬 @galmaenamu.pub
1주차 P4 ~ P148
인간과 유사한 신비 생명체인 동굴인간에 광란하던 사람들, 전설 속 인어의 실제라 믿고파 하던 피지 인어, 성서 속 괴물이 실제했다며 경이로워하던 히드라르코스, 지구 밖에도 지적생명체가 존재한다며 열광하던 달의 박쥐 인간, 인간이 인간을 이기는 기계를 창조했다며 매료되었던 튀르크인. 이 모든 사기극의 근원은 무엇일까? 사기꾼들의 기만과 사기성만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까? 속이는 자의 탐욕도 문제겠으나 속아넘어간 자들의 기대와 두려움은 원인이 아니었을까? 인간 내면의 어둠이 투사된 것, 그것이 괴물은 아닐까?
진실이나 사실보다 대중은 자극적인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두려움이나 선망을 충족시킨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도 없이 날조된 사기를 그대로 수용하고는 숙고도 거치지 않는다. 일부가 반박한다고 해도 그에는 눈감아버린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의 무언가가 이러한 괴물 탄생의 원인이지는 않을까? 인간들은 누군가를 파괴하고 추락시키며 우월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자신들의 치부나 죄를 덮고자 다른 이를 괴물로 둔갑시키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의 말을 의심없이 믿는 이들은 그런 속임수가 치밀하거나 완벽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싶은 바 자체에 속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어두운 일들을 그려내며 자신들의 내면의 어둠이 투사되었다는 생각은 버려버리고 그저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며 안도하고 괴물에 혐오하며 우월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괴물의 탄생을 기대나 두려움이나 혐오로서 반긴다.
괴물 탄생은 사기꾼들만이 아니라 동조하며 속았다고 말하는 모두의 합작인 것이다. 이 책의 일부만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 책에 수록되지 않는 괴물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20세기 초까지도 미국 서커스단에서는 샴쌍둥이나 다리가 하나이거나 척추가 뒤틀리거나 거인증에 걸린 사람들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고용해 괴물이라며 일반에게 공개했다. 사람들은 그런 괴물에 열광했고 서커스단은 왕성하고 창대하게 활동했다. 사람들은 서커스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을 자신들과는 다른 괴물로 인식했으며 그들의 일상에 마저 자신들의 어두운 호기심을 투사해 괴물의 삶이라 여기며 열광하기 그지 없었다. 샴쌍둥이 여성의 연애와 결혼 등에 대중은 왜 그리도 관심을 가졌을까? 괴물이라 불린 이들은 생존을 위해 서커스라는 대중의 관심을 사는 작업에 동조했으나 정작 괴물 같아보이는 것은 그에 열광하거나 혐오하며 광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나?
이 시대에도 괴물은 탄생하고 존재한다고 널리 알려질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호도된 사기에 관심을 가진 이들보다 많다면 그리고 사실이 무언지 진실이 무언지 파헤칠 의지를 가진 소수만 있다 해도 정작 괴물은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믿는 자신들 사이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괴물을 만든 이들이 건네는 존재를 두려워 하거나 혐오하는 이면의 실체는 괴물이 우리 곁에 있어서가 아니라 평범하다는 인간들이 바로 진정한 괴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