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에 대해 관심이 인 것은 지진과 화산 폭발 위험성이 나날이 극대화되고 있고 일부 지구과학자들이 지축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하는 시절이기 때문이었다. 지진과 화산, 지축 이동에 대해 어느 정도 규명을 해 주는 책이리라는 기대가 본서를 향해서이다. 하지만 기대가 빗나간 것도 사실이다. 본서는 판구조론에 관한 책으로 이 시절의 문제가 아니라 먼 과거와 먼 미래를 주제로 담론하는 책이다.
본서의 저자는 미국의 촉망받는 지질학자로 세계 지질학계의 거성으로부터 ‘수십 년 동안 초대륙 연구 분야에 있어 가장 큰 진전’을 이루었다는 평을 듣기도 한 학자라고 한다. 현재는 중국 베이징의 중국과학원 지질 및 지구물리학 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본서의 내용은 한 마디로 판구조론이 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 연구가 실체를 갖춰가는 과정이 담긴 기록으로 연구한 학자들의 발상과 발견이 검증되어온 여정을 밝힌 책이다. 이 분야에 관해 다룬 책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이 분야에 관심이 깊은 사람들에게는 바람하던 책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 책은 한 사람의 상상이 가설이 되고 검증받으며 학설이 된 과정과, 같은 상상을 거듭하는 사람들의 기대가 학문이 되어가는 과정이 담긴 책이라는 감상이 남기도 했다. 한마디로 하자면 학문이라고 하지만 꿈이 현실이 되는 여정을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본서의 주제인 판구조론은 알프레드 베게너라는 사람이 지구 위의 대륙들이 퍼즐 조각처럼 애초에는 하나로 맞출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태초의 시작이 되는 초대륙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판게아라고 이름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의 상상이자 가설은 지질학 연구가 발전하며 검증되기 시작했는데 지층 운동과 지질의 변화를 지진파의 영향과 방사선 동위원소 측정이 발전하며 검증 가능해졌고 까닭에 그의 가설은 학설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과학자들은 LLSVP, ‘대형 저속 전단파 지역’이라는 두 덩어리의 구조가 판게아의 실체라고 심증을 가지고 학설을 펼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이 판구조론 또는 초대륙 순환으로 불리는 학설은 판게아 이전에 로디니아가 또 그 전에는 컬럼비아가 그리고 판게아 이후인 앞으로의 먼 미래에는 아마시아라는 초대륙으로 변해왔고 변해 갈 것을 예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학설은 5억년 주기의 ‘판구조 거대 순환’으로 불리다가 ‘초대륙 통합-분열 모델’이란 이름에서 ‘초대륙 순환’으로 정의되기도 했다. 지금은 판구조론이 상식으로 통하기도 하지만 처음 가설로 전달되었을 때는 증거가 없다며 완강히 배척되었다고 한다. 사실 지금 보아도 이 책의 내용들은 역사를 통해서도 검증되기에는 너무 먼 과거부터 너무 먼 미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타임머신이 있기 전에는 한 시대에서 상식으로 인정받기에는 너무도 공상과 다를 바 없는 개인적인 또는 집단적인 가정에 기초하는 학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신이 지적이라고 믿는 사람들 대부분은 검증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만이 아니라 배척하고 배제하기가 십상이라, 대부분 이제는 상식처럼 통용되어 그러려니 하며 말은 안 해도 뜬 구름 잡는 소리로 치부할 사람들이 아직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상력이 대중의 인정을 받고 검증되어 가는 과정속에서 학설이 되어가는 여정은 기대와 희망을 불러오기도 하는 듯하다.
현재 우리 지식은 실망스럽고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실망스럽지만,
그래서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진진하다.
무지의 동반자는 기회다.
- 앤드루 H.놀 <젊은 행성의 생명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를 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진짜 흥미진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무지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기대이기도 하지 않는가?
판구조론이란 학문이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에는 실체를 수용하기에 증거가 너무 멀리 있기도 하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판구조론이 증명되고 인정받아가는 여정 그 자체는 대중의 흥미를 불러올 만하지 않은가 싶기도 했다. 다소 팍팍하고 무거운 주제의 책이지만 그 과정에서 성취해가고 인정받아가는 여정을 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지질학과 초대륙 순환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에게는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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