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술은 대중이 경험하기 가장 수월한 예술 분야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에 사람들은 전문지식 없이는 다가설 수 없으리라는 작은 두려움과 부담을 안고 있기도 한 것 같다. 망설임과 부담감, 그것이 음악이든 미술이든 대중의 유입을 막는 가장 큰 장애일 것도 같다. 클래식 음악은 그래도 듣는다는 게 그나마 큰 무리는 없다고는 하지만 이 시대에는 물론 과거는 더했겠지만 아는 게 없이 다가설 용기를 쉽게 낼 수 없는 분야가 미술이 아닌가 싶다.
그런 두려움과 부담감은 몇 권의 미술 분야 책을 읽고도 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미술관에 걸음을 하지 못하게도 한다. 그런데 본서의 제목은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이다. 과연 본서를 읽으면 미술에 관한 전문소양이 있는 사람처럼 미술관을 거닐고 싶게 될까? 나는 그리 거창한 기대보다는 미술 이해를 위한 한 걸음을 딛게 되기를 바라며 본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저자의 경력 중 어느 대학들에서 석사가 되고 박사가 되었는지나 어느 대학들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어디에 출연하고 강연을 펼쳤는지보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여름이 되면 문화의 나라 프랑스에서 방학을 보냈다는 대목과 주로 관심을 가진 대목이 미술 범죄이며 미술범죄연구협회(ARCA)를 설립해 매년 여름 미술 범죄와 문화유산 보호 대학원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는 부분, 그리고 2020년 삼성과 협업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도난당한 미술품’ 12점을 모아 전시했다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저작에 흥미로운 부분이 더욱 짙게 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본서는 11개의 장으로 나뉘어 미술의 역사와 기법, 화가들과 그들 작품의 특징, 미술품의 복원과 보존, 그리고 미술품 도난 등의 범죄 사례, 진품의 판별 그 과정에서의 오류와 정정의 역사 등 다채로운 미술 정보와 지식을 담고 있다.
2000여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예술로 여겨지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인 ‘훌륭한가’, ‘아름다운가’, ‘흥미로운가’라는 질문으로 예술의 정의를 시작하며, 마르셀 뒤상의 [샘]으로 인해 현대 예술의 사조가 고대부터의 정의에서 일부 벗어나기도 했다는 이야기로 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는 다시 선사시대 동굴 벽화를 이야기하며 인간의 예술 창조는 굶주림과 공포 가운데서도 시작되었다고 결코 배부르고 등 따신 이후에 존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기도 한다. 인간의 창조성은 핍박과 굶주림과 소외와 학대와 방치 속에서도 파괴되는 과정 속에서도 결코 사그라들기만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인간이 인식하는 과거의 첫 시절의 예술 활동인 선사시대 동굴 벽화는 그걸 무엇보다 강력하게 증거하는 듯하다.
작품의 개념과 그 개념이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방식을 바사리는 이탈리아어 인벤치오네 invenzione와 디세뇨 Disegno로 대중화했다고 한다. 인벤치오네는 발명, 개념, 아이디어라는 뜻이고 디세뇨는 디자인, 그림, 계획을 뜻한다고 한다. 구상하는 것이 인벤치오네이고 물리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이 디세뇨인 것이다. 대중은 대개 감상에서 그치기도 하지만 예술이 누군가의 감상을 목적으로 창조되는 것을 감안할 때 예술가의 창조는 대중의 감상이 있기에 완성되는 것이고 우리의 감상이 예술가에 창조의 목적을 완성하기에 창작자와 감상자는 예술을 완성하는 하나의 완성된 구조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우리의 생도 우리가 누군가가가 감상하라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 해도 분명 누군가에게 각자의 인식과 감흥에 걸맞는 감상을 주게 되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가까이 보고 실제가 드러나야 감상할 수 있는 생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본서는 예술과 감상에 대한 눈을 초반부터 안겨주려 노력하고 그로부터 30점의 작품을 통해 미술사조를 돌아보고 조각의 역사라는 장은 따로 할애하여 각 작품들을 통해 때로는 열정과 자극도 동원해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복원과 보존에 관한 설명과 미술 범죄에 관한 장은 미술에 대한 시각을 좀 더 역동적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미술품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다룬 장은 효용과 가치를 중시하는 이 시대에 마치 맞는 접근 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장도 있고 결말에서는 미술의 미래를 논하는 장으로 마무리된다.
본서는 감상자의 눈을 갖추게 하는 데서 시작해 다양한 장르로 미술을 조망하게 하는 다채로운 서술을 선택했고 이는 아마도 다양한 독자들의 구미를 조금씩 각각에 맞게 만족시키는 저술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미술사 도서들만으로는 경직되어 미술을 알아가기 어려운 것 같았다는 독자들에게 조금은 더 다가서고 몰입하게 해 줄 책이 아닐까 싶고 그런 의미에서 권할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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