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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첫 태양
  • 세계적 K사상을 위하여
  • 백낙청 외
  • 22,500원 (10%1,250)
  • 2024-11-22
  • : 575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둠이 가장 깊을 때가 아침이 오기 직전이고 궁핍이 극에 달한 극단적 위험의 시대가 바로 구원이 자라는 시대인 것이다.”

 

지금의 이 시대를 가장 잘 묘사한 듯한 위의 문장은 본서의 대담에 참여한 고명섭 님이 자신의 저작 [하이데거 극장]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위의 문장은 그의 저작에서 이 시대가 개벽의 시대임을 강조하기 위해 서술된 것이다.

 

본서는 한국의 종교와 사상의 특색인 개벽 사상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대담집으로 여섯 분의 철학자와 종교학자, 종교인 그리고 저술가들의 대담을 수록한 책이다. [이것이 개벽이다] 시리즈 같은 베스트셀러 종교서가 있기는 하지만 종교 생활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개벽은 아직까지도 생소한 사상이다. 그러면서도 대중이 오랜 세월 ‘개벽’이라는 말과 개념에 익숙해져 온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하지만 개벽이란 게 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이 종말, 변혁 등의 익숙하면서도 거리감 드는 표현을 할 뿐 그게 무언지 아득하기만 한 것도 현실이다.

 

본서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현시대에 절실하게 여겨지는 사상인 그 ‘개벽’에 대한 철학을 소개하는 대중서이다.

 

저자분들의 대화로 종교 창시자, 사상혁명가들의 남다름이 subversiveness, 전복성이라는 걸 알았으나 저자분들의 이야기처럼 개벽은 혁신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각됐다. 기독교의 종말론이나 유대교, 이슬람교의 그것에서도 개벽의 여지는 보여졌기 때문이다. 본서에서 개벽은 물질적 개벽과 정신적 개벽이라고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물질적 개벽은 [이것이 개벽이다] 시리즈에서 보듯 지구의 상태 변화를 이야기한다. 지축이동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 계절의 분류가 바뀌고 지구의 주파수가 변동되어 사람들의 의식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물적 변화와 함께 사람들의 영적 변화도 가져오기에 정신적 개벽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한국의 특정 종교에서만 주장되는 것은 아니다. 로마 신화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도 그리고 인도의 신화에서도 태초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몇 개로 분류되는 시대를 거쳤는데 각 시대마다와 환경적 차이와 인류의 영적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시절 변화 가운데 이 시대의 우리가 맞이하리라 기대하는 변화를 한국에서는 개벽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뉴에이지 시절 채널링을 통해 외계인의 메시지를 전한다며 출간된 책들마다 지축 이동과 함께 지구 주파수 변화로 야기되는 영적 진화를 언급했다. 기독교에서도 예수 재림 이전에 처처에 전쟁과 기근과 죽음이 가득해지고 지진 등 환경적 재앙도 거듭된다고 말하지만 예수 재림과 함께 선한 사람들의 세상인 천년왕국이 펼쳐진다고 예언하고 있다. 여기서 보듯 개벽 사상에는 어떠한 전복성도 없고 따져보면 이전부터 전승하던 이야기들을 총합한 메시지일 뿐이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한국의 개벽 사상이 다른 나라의 비슷한 이야기들과 다른 것은 개벽이 배경이 아니라 전경이도록 포커싱을 한 것이 독자적인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기독교에서는 세상의 변화는 예수 재림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개벽 사상은 누구 하나의 위대함을 주목하기 위해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벽 자체가 주연이라는 말이다. 한 명의 신적 존재를 위한 배경으로 개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민중을 위해 개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들은 기독교가 신앙인들의 삶의 변혁(transformation)을 위해 탈바꿈(metamorphosis)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님과 예수에서 인간 사이에 벽을 설정한 기독교적 우주관에 탈바꿈이 있어야 한다고 받아들여지는 대목이었다.

 

이 시절에 한국 개벽 사상을 다른 종교와 사상들과 함께 돌아보아야 할 이유는 (과거의 배타주의, 포용주의, 다원주의로만 다른 종교를 바라보던 시각에서) 폴 니터의 대체모형, 충족모형, 상호모형, 수용모형으로 “너의 종교만으로 안되니 나의 종교를, 너의 종교의 부족한 부분을 나의 종교로, 너와 나의 종교의 가르침이 비슷하니, 더불어 함께 이해하고 받아들이자”는 이 시대의 종교관의 변화에 있다고 한다. 이를 사유하는 과정이 중요함은 하이데거의 철학에서도 찾고 있는데 하이데거는 뎅켄denken 사유함과 당켄danken 감사함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았는데 그로하여 “무사유야 말로 배은망덕”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시절에 절실함은 우리에게 개벽의 실상이 무언지 사유하도록 만들고 있고 이 사유를 거부함은 감사를 상실함으로써 신과의 단절 즉 영적 상실을 불러온다고 받아들여진다.

 

개벽 사상은 이 혼란과 충돌의 시대에 우리가 시절의 과제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고 그 뜻을 함께 숙고함으로써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의미를 가져다줄 수도 있을 가르침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본서는 이 시절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 저작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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