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정말로 가까운 사람과 멀어져 본 적이 있는가? 상대의 마음이 바뀌어서도 아니고 내가 바뀌어서도 아니고 오직 어떤 상황으로 인해 그것도 처음에는 대단치 않은 어떤 작은 틈이었다가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은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는 총 2권인데 1권에서 주인공 타라 셀테르는 자기 남편과 그런 식으로 멀어졌다. 갑자기 시간의 틈새에 빠졌다는 남들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기묘한 상황에 빠졌고 그렇게 남편은 11월 18일에 있었던 그 어떤 일도 기억하지 못하고 11월 17일로 혼자서 계속 돌아간다.
11월 18일은 매일매일 똑같은 영상을 재생하는 것처럼 반복된다. 타라는 그 안에서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남편을 어떻게든 자신의 시간과 같은 시간을 살게 만들려고 발버둥치지만 결국 시간의 틈새에 빠져있는 타라를 두고 남편은 유령처럼 11월 18일이 지나가면 다음날로 넘어가지 못하고 리셋되어 그 안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남편이 하는 일은 오직 타라, 파리로 잠깐 업무를 보러 간 자신의 아내를 기다리는 일이다. 타라는 남편의 주변을 맴돌며 파리에서 돌아온척하기도 하고 그녀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설명하려고도 하고 일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실패한다.
타라의 노력은 기묘하다. 타라는 유령처럼 변하지 않는 세상을 경험하고 그 세상의 물자들을 조금씩 소비해서 고갈시킨다. 11월 18일에 고정된 세계는 타라가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모든 것들에 의해 조금씩 소멸한다. 타라가 소멸시킨 세상은 돌아오지 않고 그녀의 남편은 세상의 이상함을 여전히 감지하지 못한다. 오직 타라만이 자기 몸에 일어나는 아주 작은 변화들, 세상에서 자신이 좀먹고 있는 부분들을 인지할 뿐이다. 내가 세계를 좀먹는 벌레?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까지 오면 주인공이 얼마나 세상의 틈바구니에 빠져 발버둥치는지 느껴질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침착한거지?
책을 읽다보면 담담하고 아름다운 시선을 가진 타라의 뒤를 조급하게 쫓아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 타라는 침착해보인다. 심지어 좌절했을 때 조차도 어떡하면 좋냐고 소리나 지르고 싶은 나보다는 훨씬 의젓하다.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자신과 함께할 수 없는 남편을 마주할 수 없을 때가 왔을 때에도 침착했다. 갑자기 시간의 틈에 빠져서 하루를 반복하게 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침착함을 가지고 그녀가 이 기괴한 세상에서 어떤 선택을 하기로 선택한것인지 빨리 2권을 보고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