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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
  • 벌집과 꿀
  • 폴 윤
  • 15,300원 (10%850)
  • 2025-06-20
  • : 22,438

서평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현대 문명의 이기는 잔혹하다. 핸드폰을 켜면 누군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삶을 접할 수 있다. 핸드폰의 전원은 절대로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새롭고 재미난 이미지들이 공급된다. 

그리고 핸드폰의 액정이 꺼지면 검은 액정 위에 떠오르는 것은 현실에 발디디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현대인의 삶은 인터넷을 통해 내 손안에서 펼쳐지지만 절대 닿을 수 없는 화려한 이상과 검은 액정 뒤의 진짜 나의 삶 사이에서 부유한다. 

그렇게 현대인의 삶은 길을 잃는다. 도달할 수 없는 마음 속의 환상,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닐 것 같은 생각. 이러한 막막한 감정들은 어디에 말할 수 있을까? 말해도 누군가 들어주기는 할까? 


이런 막막한 감정들은 이 세상에 처음 나타난 것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라면 거친 현대사와 전쟁, 가난과 굶주림을 피해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전세계를 떠돌게 된 사람들의 역사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문학을 디아스포라문학, 이주문학, 이민문학이라고도 한다. 현대인들이 가진 이 막막한 감각이 디아스포라문학에서는 아주 익숙한 감각이다. 돌아가야 할 곳은 파괴되거나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집, 안락한 장소, 안전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막막하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말한다. 


누구보다도 험악해보이지만 누구보다도 쉽게 다치고 아픔을 참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순간 어디에도 설 곳을 잃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은 그의 연약함을 숨겨준다.


우여곡절끝에 전세계를 떠돌게 된 여자가 있다. 이미 중노년이 된 여자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나 사진 하나를 건넨다. 당신에게 아이가 있죠? 어쩌면 이 아이가 너의 아이일지도 모른다며 그들은 그 젊은이를 만나 만날 약속을 잡아달라 부탁한다. 젊은이가 자기 엄마를 찾고 있으며 그게 당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검객들은 자신들이 죽인 사람의 아이를 거둔다. 그 아이에게 애정이 생긴다. 아이를 먼 곳으로 보내려하자 아이는 반항한다.


책 안에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쓸쓸하고 길을 잃고 갈 데를 잃은 사람들. 서로에게 애정과 관심을 갖지만 정을 붙일 수는 없는 사람들. 


폴 윤의 <벌집과 꿀>은 완독 후에는 이 쓸쓸하고 막막한 감정이 어쩌면 현대인의 것만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과 애정과 희망은 이런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놀라움과 함께.


마지막의 옮긴이의 말은 책을 읽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위로한다.


"폴 윤의 소설을 읽다가 문득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된다면, 누구에게라도 말을 걸어 이 느낌을 전하고 싶어진다면, 아마도 당신 역시 조금은 길 잃은 사람일 것이다."


삶의 막막함에 말할 곳을 잃은 사람들에게 폴 윤의 <벌집과 꿀>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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