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는 카피라이터, 서평작가, 드라마와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던 작가 로저먼드 럽튼이 2010년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실종된 동생의 소식을 듣고 런던으로 돌아온 언니가 겪은 일들을 사건이 끝난 후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쓰여진 스릴러 소설이다. 스릴러 소설인 만큼 사건의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그리고 반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감성적으로, 슬프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500쪽에 달하는 꽤 긴 분량의 소설이지만 이틀 동안 꽤 빠르게 읽어내려 갈 만큼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 그 스릴러 소설이긴 하지만 언니가 동생에게 느끼는 절절한 감정들이 쓰여 있어 감성적으로도 풍부하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밑으로는 스포일러 주의)
실종된 동생 테스의 언니 베아트리스가 동생의 실종사건이 종결된 뒤의 시점에서 동생에게 쓰는 편지의 내용은 베아트리스 자신이 변호사 라이트 씨를 만나 사건에 대한 증언을 하는 내용과 자신의 회상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생의 실종 소식을 듣고 베아트리스가 런던으로 돌아온 뒤에 곧 동생 테스가 공원 화장실에 죽은 채 발견된다. 정황상 자살로 판단한 경찰은 수사를 종결하지만, 테스와 친밀한 사이였던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동생이 절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리 없다고 믿고 스스로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파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테스의 주변인물들을 만나고 동생의 숨겨진 사연들을 알게 되면서 베아트리스는 언니로서 동생의 죽음에 대해 비탄과 죄책감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성격과 삶에 대한 변화도 느끼며 복잡한 감정을 가진 채 범인을 추적한다.
"나는 너처럼 붓을 거침없이 휘둘러 순식간에 근사한 그림을 그려내는 재주는 없으니 이 이야기를 아주 작은 점들로 이루어진 정교한 그림으로 그려내려 해. 점들이 하나씩 모여 마지막에 그림 전체를 보았을 때 어떻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마침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한 장의 점묘화가 완성되기를 바라."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베아트리스가 테스에게 들려주는, 사건의 전말을 보여주기 위한 '점묘화'가 소설의 결말에 치닫을수록 베아트리스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가는 변화에 있다. 이 '점묘화'가 '거울'임이 드러나는 결말부에 거의 모든 서스펜스가 집중되어 있다. 특히 베아트리스가 회고하는 두 개의 축, 라이트 씨에게 하는 증언과 증언이 아닌 회상이 겹쳐지는 지점의 묘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베아트리스 자신의 몸 상태와 공원이라는 장소, 그 장소에서의 시간의 변화로 인한 색채의 변화 묘사가 하나로 겹쳐질 때 그 어둠이 전달하는 강렬한 서스펜스는 쉽사리 잊지 못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반전이 단순히 서스펜스와 충격을 선사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베아트리스가 사건을 추적하며 느끼는 테스에 대한 감정과 그로 인한 자신의 변화가 이 반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마지막 장에서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
작가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쓴 경력이 있어서 그럴까. 이 소설이 영화화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드문드문 하면서 소설을 읽었다. 아무래도 반전을 어떻게 시각화해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