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비츠 평전>의 저자 김상원은 뮤지션 출신의 소설가이다. 인디밴드 아소토유니온과 원디시티 등의 앨범을 제작했으며, <러브비츠 평전>처럼 이야기와 음악을 접목시킨 음악소설을 2011년부터 써 오고 있다고 한다. 음악에 조예가 깊다거나 디깅을 하며 음악을 듣는 헤비한 리스너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소토유니온과 윈디시티의 노래는 몇 곡을 즐겨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저자의 이력을 보면서 내심 반가웠다.
SF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나에게 <러브비츠 평전>은 꽤 읽기 버거웠다. 특히나 <러브비츠 평전>은 SF에 음악평론이라는 특이한 형식을 접목해 서사를 진행시켜 나가는 소설이라 더욱 그랬다. 가상과 실제의 여러 레퍼런스를 섞어 인용하며 평론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초중반부가 특히 그랬는데 주인공인 '필자'가 러브비츠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인물들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후반부의 전개부터는 굉장히 흥미진진했고 결말의 반전 또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소설은 러브비츠라는 정체불명의 뮤지션이 자살 후 남긴 한 곡과 유언 때문에 벌어진 현상을 분석하며 러브비츠의 정체를 추적하는 음악평론가인 '필자'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음악에 대한 조예가 그리 깊지 않아서... 대부분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읽어나갔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레퍼런스들과 소설 속 세계에서 허구로 만들어내는 레퍼런스들을 자유자재로 섞어가며 인용해 가상의 평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저자의 배경지식과 상상력에 감탄했다.

음악소설이라는 형식에 걸맞게 책의 본문에 QR코드를 삽입하여 소설 속 음악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점 또한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러모로 신선하고 독특한 시도가 돋보이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중간중간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음악을 감상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단행본 소설을 읽는 긴 호흡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마음에 걸렸다. 글자를 읽어내려가다가 스마트폰을 들고 QR코드를 카메라로 찍어 음악을 들어야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로워서 몰입을 깨는 순간들이 있었고 이런 점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음악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기술의 발전으로 어떻게 구현될까에 대한 SF적인 상상의 나래를 나름 펼쳐보는 재미도 있었다. 음악소설을 전자책으로 읽는다면 플레이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혹은 정말 기술이 발전해서 독자의 시선을 인식해 특정 문장에 시선이 가닿으면 자동으로 소설의 맥락에 맞는 음악이 흐른다던지 하는 그런 상상들. 소설은 지금까지 항상 글자로 이루어진 매체였지만 앞으로는 꼭 그렇지 않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상상.
다시 소설 얘기를 하자면, 일종의 음악평론 형식으로 진해되었던 초중반부의 전개에서 러브비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면서 진행되는 중후반부의 전개는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진진했다. 특히, SF장르와 뱀파이어라는 소재의 결합이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고, 무엇보다 소설의 화자인 '필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반전 부분 또한 흥미로웠다.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의 필자의 말과 생각을 구분짓는 다른 폰트의 활용은 일종의 시각적인 연출로도 보여서 재미있었고, 이러한 폰트를 활용한 연출과 반전의 내용이 내가 읽어 온 소설 <러브비츠 평전>의 정체를 뒤흔드는 느낌을 받았다.
하드SF와 음악평론이라는 형식이 주는 딱딱함과 무거움을 감수한다면 후반부의 서사 전개에서 충분히 그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본 소설의 '외전' 격인 두 개의 단편소설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러브비츠 평전> 소설의 세계관을 조금 더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외전도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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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이 소설의 작업 과정이 가상의 음악에 대한 평론을 먼저 쓰고 그에 맞춰 음악을 만들고 다시 음악을 감상하며 글에 살을 붙여나갔다고 한다. 기존의 "작품 > 감상 > 비평"이라는 순서를 뒤바꾸어 이를 소설을 만드는 작업으로 전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