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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 The Story of P.C...
  • 구병모
  • 7,650원 (10%420)
  • 2017-10-30
  • : 227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는 꾸준히 판매지수를 올리는 소설을 내며 활동하던 익명의 작가 P씨의 새로운 작품이 SNS상에서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의 관점에서 논란이 되고 비난을 받으면서 그에 대응하는 소설가와 출판사, 그리고 SNS 속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관찰기이다. 

지난 몇년 간 트위터를 익숙하게 이용해 온 나에게 이 소설이 보여주는 광경은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졌다. 특히나 내가 트위터를 시작했을 때 트위터 담론의 주류를 형성했던 몇몇 유명한 계정들이 하나둘씩, 이른바 '병크'를 터뜨리고 '피씨하지 못한' 트윗을 썼다는 비난을 받고 '계폭'을 하거나, 성격이 다른 또 다른 SNS(대부분 페이스북)로 옮겨갔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트위터 특유의 리트윗을 통한 '조리돌림' 문화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세우는 경향이 맞물려 내가 알던 유명 계정 여럿이 사라져갔던 것을 기억한다. 

구병모 작가 특유의 냉소적인 만연체로 서술되는, 피씨하지 못한 무언가를 저지른 누군가에 대한 트위터 여론이 보여주는 특유의 대응 프로세스를 읽는 것은 특이한 경험이었다. 굉장히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무엇보다 소설 속 화자를 통해 관찰된 SNS 속 살풍경을 보는 것은 나에겐 익숙하게 이용해왔던 트위터를 다시금 성찰적으로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피씨함'을 지향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이 제거된, '피씨함'만을 위한 기계적인 정치적 올바름의 적용.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는 현실의 단면을 소설로 과감히 끌고 들어와 거울처럼 비춰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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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나에게 이 소설은 작가가 현실의 과잉에 맞서 픽션의 영역을 지키고 변호하기 위해 쓴 '쉴드'처럼 읽히기도 했다.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라는 제목이 이미 알려주고 있듯이 이 소설의 이야기는 '종생기'이다. 생이 다함을 맞이하는 주체는 소설가로서의 자아-P씨이다. 소설의 화자가 P씨임이 밝혀지고  문자메세지의 내용이 드러나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내가 없는 P씨가 자신의 소설 속 세계의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려하다가 결국 소설가의 생을 마치고 현실세계, 즉 아내의 위치로 돌아가야만 하는 역설. 현실의 윤리를 픽션의 영역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될 수도 있다는 권고처럼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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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위험하게 '사용'될 수 있는 지점은 어떠한 이들이 정치적 올바름의 무용함 혹은 폭력성을 과장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가리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혹은 SNS 상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담론이나 텍스트에 대한 비평의 시도 자체를 경시하게끔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도 이러한 점들 때문에 읽으면서 조금은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구병모 작가 본인 또한 이러한 지점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여 창작노트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 소설이 현재의 혼란이, 나 자신뿐 아니라 어떤 이들에게 혹여 그럴듯하거나 편리한 알리바이로 작용하지는 않기를."


창작노트에 쓴 염원의 문장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서 말한 위험하게 사용될 수 있는 지점들이 꺼림칙하고 그래서 이 소설을 온전히 긍정하고 받아들이긴 힘들다.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할 때 놓치면 안되는 것들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에겐 좋은 고민을 안겨준 독서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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