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버려진
  • 눈을 맞추다
  • 김미나
  • 10,080원 (10%560)
  • 2017-09-29
  • : 103




 


<눈을 맞추다>는 일러스트와 함께 최대 3쪽을 넘지 않는 비교적 짧은 단문들을 모아놓은 에세이집이다. 짧은 글의 길이와 드문드문 보이는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을 보다보면 누군가의 SNS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친절한 문체로 조금 더 정성들여 쓴 SNS 글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 나는 서평을 쓰기 위해 한 번에 읽기는 했지만 이 책은 손이 잘 가는 곳에 두고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혹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몇 편의 글을 읽기로 정하고 읽어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말미에 수록되어 있는 "글쓴이의 노트"에서도 언급하듯이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 자신의 소중함, 나의 특별한 인생 을 일깨우는 글들은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하다. 짧은 글에서 깊이 있는 통찰을 바랄 수도 없다. 더군다나 짧은 단문들을 한 번에 읽어나가다 보면 뻔한 그 말들조차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 이미 다 아는 것 같은, 뻔하게 다가오는 말들이 있다. 하지만 그 말들 중에서도 계속해서 되읽게 만드는 구절들이 있었다. <눈을 맞추다>를 읽으면서 가장 내 마음을 울렸던 순간은 뻔하다고 생각한 말을 내가 계속 되읽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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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잘 쓰면 더없는 약이 되고, 못 쓰면 더없는 독이 되는 말 중의 하나가 ‘미안해’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짧은 말 한 마디에 갈수록 인색해져만 갑니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내가 틀렸고 네가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 자존심보다 우리의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의미입니다."


내 자존심보다 우리의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의미입니다. 내 자존심보다 우리의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의미입니다.


"누군가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아무 짓도 한 적이 없노라고,

그러니 내가 상처를 주었을 리가 없지 않느냐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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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사실은 진정으로 알고 있지는 못한 경우, 혹은 알았던 것들도 잊어버리고 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눈을 맞추다>를 곁에 두고 매일매일 한 두편 정도의 글씩 읽어나간다면 당연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고 내 삶에서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앎은 실천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그러고보니 이 말도 뻔한 말이긴 하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어쩌면 뻔한 말은 그만큼 실천하기 어렵기에 반복되어 말해지고 쓰여져서 닳고 닳아버린 말들이 아닐까. 닳아버려 가벼워진 그 말들의 무게를 창조적으로 복원시켜 전달하는 것이 좋은 글쓰기의 역할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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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추다>를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반려동물, 개와 고양이에 대한 글들이었다. "나만 고양이 없어!"를 외치고 싶게 만드는 글들이었다.. 나는 살면서 개를 두 번 키웠지만 한 번도 그들의 생애를 끝까지 책임져 본 적이 없다. 두 번 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다른 곳으로 보내야만 했고 그 이별의 아픔을 기억하지만 한 번도 그들의 입장을 상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낯선 곳으로 홀로 보내졌을 때 그들은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혹시나 버려졌다는 생각에 슬퍼했을까 여러 생각들이 떠오르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반려동물에 관한 글들 중에서도 <할머니의 마지막 아이>라는 글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할머니만의 방식으로 죽은 개를 떠나보낸 사연을 읽고 나서 난 다른 집으로 가서 남은 생을 살다 간 나의 개 두 마리를 떠올렸다. 좋은 주인을 만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다가, 책 속 할머니와 개의 이야기처럼 정성스러운 마지막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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